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전날 별세한 백선엽 장군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별세에 대해 당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6·25 전쟁영웅인 백 장군의 별세에 아무 입장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이다. 서울 시민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라며 “명복을 빈다”는 당 공식 논평을 냈다.

이날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백 장군에 대해 '홀대'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됐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1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 조문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백 장군을 국립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한 결정에 대해 "그와 함께 싸워 이 나라를 지켰던 국군 용사들은 대부분 동작동에 잠들어 있다"며 "이게 나라냐"고 했다. 앞서 정부는 백 장군의 상징성을 감안해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에 자리가 없어도 '국가유공자 묘역(1평)'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문재인 정권 들어 이 방안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백 장군을 ‘친일파’로 매도하면서 “현충원 등지 친일파 묘역을 파묘하자”고 했다. 그러자 국가보훈처는 백 장군 측에 “(여권 주도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됐다가 다시 뽑아내는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면서 서울현충원에는 더 이상 묘역 자리가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정부가 백 장군의 장례를 5일간 육군장(葬)으로 치르기로 한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앞서 국가장(國家葬) 내지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와 비교해 예우가 낮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백선엽) 그가 이 나라를 구해내고, 국민을 살려낸 공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 백장군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좌파들의 준동이 우리 시대의 대세가 돼 버렸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이틀간 박 시장에 대한 여권의 대대적인 추모 움직임과도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여권 인사들은 전날부터 박 시장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성추행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날 박 시장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분(피해자)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똑같은 이유로 박 시장이 평생을 바쳐서 이뤄왔던 시민운동, 인권운동, 그리고 지방정부의 혁신, 지방분권 확대와 공유경제, 환경도시 같은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왔던 박 시장의 업적 또한 충분히 존중받고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서울 곳곳에 내건 추모 현수막에서 '故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백 장군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또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백 장군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 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정·청 고위급이 일제히 조문했다. 노 실장과 이 대표 등이 12일 백 장군 빈소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서 생각에 잠긴 백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