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시대|수전 제이코비 지음|박광호 옮김|528쪽|오월의봄|2만5000원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메시지가 제한된 소통 수단을 하루 24시간 내내 사용한다. 트위터의 140자 형식은 정의상 반지성적인데 표어·구호에 딱 좋은 분량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학식과 전문지식을 경멸한다고 공개적으로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지지자들은 이에 열광한다. “전문가를 조롱할수록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사랑을 더 받을 뿐이었다.”(28쪽)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 수전 제이코비(75)는 트럼프 같은 대중 선동 정치인이 탄생한 배경으로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반지성주의'를 꼽는다. 그는 "미국인이 점점 더 활자를 싫어하면서 독서의 즐거움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도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정보 접근성이 커지면서 클릭 한 번으로 검색하는 것이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착각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좌우를 떠나 자신의 견해에 맞지 않는 사실을 '가짜 뉴스'로 치부하는 현상도 반지성주의에 닿아 있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에서는 지식인과 비지식인 모두가 똑같이, 좌파건 우파건, 자신의 주장에 공명하지 않는 목소리는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외고집은 게으른 정신과 반지성주의의 본질을 드러내는 징후"라고 했다.

반지성주의가 위험한 까닭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포퓰리즘을 낳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스스로 전문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견해를 조롱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