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페북에 지지자 보낸 선물사진 올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7시 38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선물과 편지 사진을 올리면서 "국민께서 성원을 보내주셨다"고 썼다.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됨. 이러한 사실 중앙지검에 통보필(畢).'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8시 40분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123자(字) 입장문을 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 총장은 이번 사건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수사팀에 일임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한 뒤 "9일 오전 10시까지 기다리겠다"고 최후 통첩한 시한을 1시간 20분 남겨둔 시점에 나온 입장문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위법·부당한 지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소송을 통하지 않고선 지휘권 상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추 장관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형성적 처분'은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처분을, '쟁송'은 소송을 말한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입장이 나온 지 1시간 20분 뒤인 이날 오전 10시 "윤 총장의 결정은 만시지탄이나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이 '완승'했다고 선언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검찰 중립의 마지막 선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전직 대법관은 "정치 권력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수사 중인 사건에 직접 개입해 검찰 조직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렇게 힘으로 검찰 뼈대까지 부수고 들어오는 정권은 없었다"고 했다. 검찰이 현 정권을 수사했다고 노골적으로 보복하는 사례가 없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과거에도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홍업씨와 셋째 아들 김홍걸씨는 부친이 대통령 재임 중에 검찰에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도 마찬가지로 수사를 받았다. 대통령이 "제 허물"이라며 사과하는 일은 있었지만 검찰에 대한 보복은 없었다. 그런데 현 청와대·법무부는 '조국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수사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모조리 도려내 한직(閑職)으로 좌천시키는 보복 인사를 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현 정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사사건건 검찰 사건에 개입하려 들 것"이라며 "검찰권이 정치에 예속되게 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했다. 한 전직 법무부 장관은 "정치 권력이 검찰권 행사를 좌우하게 됐다.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했다. 전직 검찰총장은 "정치주의가 법치주의를 깡그리 깔아뭉갰다.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지난 3일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일선 검사장들이 '추 장관 지휘는 위법·부당하다'는 결론을 모아줬는데도 추 장관 요구를 들어준 셈"이라며 "검찰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칠 나쁜 선례가 윤 총장 재임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