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서 주기자 팬들이 막 몰려와서 '쫄지 마, 씨X!' 딱 그러는 거죠" "지금 방송에서 그런 말을! PD 좌절하고 있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딱 '쫄지 마 씨X! 아, 죄송합니다."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TBS FM 라디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방송(5월 4일) 중 전파를 탄 발언입니다. 출연자가 '씨X'이란 욕설을 두 번 했고, 진행자 주진우씨와 또 다른 출연자는 박장대소합니다. 주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준수할 것을…" 하며 또 웃습니다.

청취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정작 방송통신심의위원들 심기는 건드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8일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 발언에 대해 '권고', 즉 가벼운 행정지도를 의결했습니다. 심의위원 5명 중 1명이 법정 제재 중 최고 수위인 '과징금'을, 또 다른 심의위원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주장했지만, 여권 추천 위원 3인이 전부 '권고'를 주장하면서 다수 의견으로 확정된 겁니다.

5월 9일 TBS TV로도 방송된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의 욕설 장면.

지상파 방송에서 욕설이 그대로 방송되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다른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방심위는 2017년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에선 진행자 간 욕설을 비프음('삐' 소리) 처리했는데도 법정 제재인 '경고' 처분을 내렸고, 2018년 SBS FM 라디오 프로에 대해선 '열여덟'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는 이유로 역시 '경고'를 줬지요.

8일 심의위원들은 '권고'를 의결하며 "방송사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제작진이 스튜디오에 문제의식을 전달했고, 향후 심의 규정을 준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인된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문제의 욕설 방송을 TBS는 그 주 토요일 저녁 TV로도 방송했습니다. TV 방송분에는 욕설 상황과 함께 제작진 반응도 담겼습니다. 영상 속 주진우씨는 손뼉까지 쳐 가며 박장대소하고, PD와 다른 제작진은 "욕했다, 욕"이라며 함께 웃습니다. 그러니 출연자가 마음 놓고 욕설을 한 번 더 합니다. 영상엔 '어서 와 욕 방송은 처음이지?' '주디(주진우)도 녹다운' 같은 자막이 달렸습니다. 제작진 생각에 이 발언은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나 봅니다.

'쫄지 마, X발'은 한때 주진우·김어준 등이 만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상징 같은 문구였지요. 여권 심의위원들은 여전히 나꼼수의 '쫄지 마'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걸까요? 방심위는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를 두고 '대구 사태'라 발언한 김어준씨에게도 권고 처분을 내리는 것에 그쳤습니다. 뉴스 아래 이런 댓글이 달렸더군요. "친문무죄, 반문유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