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폭파 철거된 중국 산시성의 진덩탕 교회.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비공식 교회다.

중국이 교회·성당에서 성가(聖歌) 대신 중국 국가(國歌)를 부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코로나 대응을 찬양하도록 강요했다고 미 폭스뉴스가 8일(현지 시각) 한 인권감시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5개월여간 문 닫은 교회·성당의 개관 조건으로 ‘국가 칭송 의식’을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 내 기독교 신자가 6000만∼9000만명이며, 중국 당국이 금지하는 지하교회 교인까지 합치면 신자수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중국 허난성 카이펑시의 한 성당에서 신부와 신도 20여명이 미사 도중에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불렀다고 보도했다. 이 성당의 신부는 "우리는 전염병 이후 오늘 장엄하게 국기를 게양한다"며 "시 주석의 지도 아래 모두 협력한 성과"라고 말했다.

2018년 폭파 철거된 중국 산시성의 진덩탕 교회

같은 날 인근 성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 성당의 신도는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한 성가를 부르는 대신 코로나 대응에서 승리한 시 주석을 찬양해야 했다"면서 “나의 믿음에 배치된다"고 했다.

허난성·저장성의 기독교협의회 등에도 ‘신도들이 교회에서 감동적인 중국의 코로나 승전 스토리를 증언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푸젠성 취안저우시의 최대 교회인 취안난교회 목사는 미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비판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 왜 중국에서는 버젓이 일어날까. 중국은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헌법 36조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쓰여 있지만, 일부 법조항에선 "국가는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보호한다", “종교 사무는 외세 지배를 받지 않는다”와 같은 단서를 달았다. 국가가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직접 판단해 간섭하고, 외국의 비판과 감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성당·교회는 정부 간섭을 피해 몰래 종교 활동을 하는 '지하 교회'와 정부 통제를 받는 '공식 교회'로 이원화돼 있다.

2012년에는 '기독교의 중국화'란 개념이 거론되면서 개신교·가톨릭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허난성·저장성 등지의 교회와 성당 십자가가 강제 철거되고, 시 주석의 초상화로 대체됐다. 일부 지역의 지하교회(비공식 교회)는 폐쇄됐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종교의 중국화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교회·성당에 대한 통제 강화는 정부가 종교를 공산당 통치의 위협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하교도 신도가 급증하면 정치 세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