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지난 1분기 가계는 씀씀이를 줄이느라 돈이 남았고, 기업은 기록적으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상당량의 국채를 찍어가며 돈을 푼 결과, 자금조달액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 사진은 올해 초 한국은행이 설자금을 방출하는 모습(기사와 관련 없음.)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돈이 남아돌았고, 코로나 위기를 맞아 다급히 돈을 빌린 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빌린 돈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경기 방어를 위해 국채를 찍어가며 돈을 뿌린 결과,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곳간이 비어 버렸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6조8000억원을 기록, 관련 통계가 있는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자금순환은 각 경제주체 간 금융거래(자금흐름)를 파악한 통계로, 국가 경제 전체의 재무제표, 금융거래표라고 보면 된다.

순자금운용이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으로,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 가계는 일반적으로 운용자금이 조달자금보다 많아 다른 주체에게 돈을 빌려주는 순자금운용 주체이고, 기업은 빌린 돈이 더 많은 순자금조달 주체다. 정부는 때에 따라 순자금운용 주체이기도, 순자금조달 주체이기도 하다.

코로나 영향이 시작된 지난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금융기관에 돈을 쌓아두면서 자금운용액이 81조8000억원 늘었다. 대신 금융기관 등을 통한 조달은 15조원에 그쳐 운용에서 조달을 뺀 순자금조달이 66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은 자금순환팀은 “개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모임과 외출을 자제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 등으로 소비가 많이 위축됐다. 신규주택 투자도 감소해 순자금운용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비금융법인)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차입을 큰 폭으로 늘렸다. 1분기 총 자금조달액이 60조9000억원 큰 폭으로 늘었고 자금운용액은 32조7000억원에 그쳐, 이 차이만큼인 28조2000억원을 조달한 셈이 됐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34조8000억원) 이후 조달액이 최대였다.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는 1분기에만 51조1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린 결과, 총 26조5000억원의 순자금조달을 기록했다. 역시 관련 통계가 있는 2009년 이후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