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 시킨 '비선 참모'로 불리는 로저 스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로저 스톤과 관련한 계정과 페이지를 대거 삭제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활동한 로저 스톤과 연관이 있는 계정과 페이지 100여개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스톤과 그의 참모들이 가짜 계정을 이용해 스톤의 책과 글을 홍보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계정은 로저 스톤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과 인스타그램 페이지, 14만1000명이 있는 프라우드 보이즈 페이스북 페이지 등이다.

너새니얼 글라이셔 페이스북 사이버보안 정책 책임자는 “이번 계정 삭제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인위적 조작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미”라며 “계정의 주인이 누구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상관이 없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들 계정은 지난 몇 년간 광고에 30만 달러(약 3억6000만원) 이상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발표에 앞서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 같은 조치가 페이스북이 우파의 목소리를 억압한다는 트럼프와 보수층을 더 화나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트럼프 재선캠프의 광고에 독일 나치 문양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삭제하자 트럼프 캠프 등 지지자들은 반발했다. 페이스북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 미화 게시글과 관련해서는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제재를 하지 않아 인권 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뛰어난 전략가’ ‘더러운 협잡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스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킹메이커’로 불린다. 대학생이던 1972년 리처드 닉슨 재선 캠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40여년간 정치 뒷무대에서 활약해왔다.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스톤을 허위 진술과 증인 매수, 공무 집행 방해 등 7개 혐의로 기소,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스톤은 이메일을 통해 “가짜 계정을 관리하지 않았으며, 자신은 프라우드 보이즈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4월 공개된 영장에 따르면 스톤의 보좌관은 FBI(연방수사국)에 “가짜 계정 수백개를 샀다”고 진술했다. 페이스북은 프라우드 보이즈 등 위험 조직을 감시하는 내부 팀의 조사를 근거로 스톤의 계정을 조사해왔다면서, 스톤 측은 가짜 계정과 다른 속임수로 공공 토론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페이스북은 이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가족 및 에콰도르와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와 연관된 조직과 연관된 계정들을 삭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