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 사건과 관련, 대검찰청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으니 서울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라고 통보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장관(왼쪽)과 지난 2월 6일 대검 별관으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은 9일 법무부를 통해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윤석열)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앞서 대검은 "총장이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윤 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석해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혹은 감찰 가능성은 낮아졌다. 8일 오후 윤 총장의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제안을 추 장관이 ‘문언대로 따르라’며 거부할 당시만 해도 향후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지시 불이행 등으로 감찰하거나 징계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9일 오전 윤 총장이 “지휘권이 상실됐으니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라”고 하고, 추 장관이 이를 윤 총장이 자신의 지시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면서 그러한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윤 총장은 전날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에 맡기고 자신은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건의했으나, 추 장관은 장관 지시를 말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9일 오전 10시까지 (지휘권 수용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총장 지휘권이 상실됐으니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채널A사건을 자체 수사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돼 더 이상 지휘권한이 없으므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이 같은 지휘 내용을 밀고 나갈 경우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시사했다.

대검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해야 하게 되며 이 같은 사실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형성적 처분이란 별도 처분이 없이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처분을 말한다. 윤 총장이 수용해서가 아니라 추 장관 지시 자체로 지휘권 박탈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대검은 또 "총장이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됐으며, 결국 추 장관이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이나 불복소송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또 대검이 '법무부로부터 독립수사본부 설치를 공개 건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