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 사건과 관련, 대검찰청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으니 서울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라고 통보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추 장관은 9일 법무부를 통해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윤석열)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앞서 대검은 "총장이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윤 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석해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혹은 감찰 가능성은 낮아졌다. 8일 오후 윤 총장의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제안을 추 장관이 ‘문언대로 따르라’며 거부할 당시만 해도 향후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지시 불이행 등으로 감찰하거나 징계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9일 오전 윤 총장이 “지휘권이 상실됐으니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라”고 하고, 추 장관이 이를 윤 총장이 자신의 지시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면서 그러한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윤 총장은 전날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에 맡기고 자신은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건의했으나, 추 장관은 장관 지시를 말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9일 오전 10시까지 (지휘권 수용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총장 지휘권이 상실됐으니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채널A사건을 자체 수사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돼 더 이상 지휘권한이 없으므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이 같은 지휘 내용을 밀고 나갈 경우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시사했다.
대검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해야 하게 되며 이 같은 사실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형성적 처분이란 별도 처분이 없이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처분을 말한다. 윤 총장이 수용해서가 아니라 추 장관 지시 자체로 지휘권 박탈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대검은 또 "총장이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됐으며, 결국 추 장관이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이나 불복소송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또 대검이 '법무부로부터 독립수사본부 설치를 공개 건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