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제시한 ‘독립적 수사본부’구성 방안을 추미애 장관이 ‘문언대로 이행한 것이 아니다’고 거부한 가운데 한 검찰간부가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의견 개진과 건의가 ‘지시 불이행’이냐”며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국가의 문제”라고 했다.

홍승욱 천안지청장은 9일 오전 7시 50분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법무부장관 수사지휘의 아이러니”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공직자는 SNS를 삼가는 게 바람직하고 검사게시판에도 특정 사안과 관련해 글을 올리는 게 적절치 않지만 이번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역사적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로서 ‘유재수 감찰중단 의혹 수사’를 지휘했었다.

홍 지청장은 지난 2일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수신자는 검찰총장이지만 직접 중앙지검 수사팀을 지휘한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본 사건은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는 추 장관의 지휘가 검찰청법 8조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구체적 사건인 소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추 장관이 일선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한 게 돼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휘의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휘는 검사가 경찰에 대해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수사지휘를 하다 보면 경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민원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수사팀이 수사과장, 총경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수사 결과만을 보고하라’고 지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휘 권한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것이다.

홍 지청장은 “어제 검찰이 ‘독립수사본부’건의를 하자마자 (장관이 )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히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견 개진과 건의를 ‘지시 불이행’으로 간주하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국가 원리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홍 지청장은 “오늘 오전 10시의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라며 “제 짐작이 틀리기를 바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