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KB국민은행 실무진을 불러 '사모펀드 대란'을 피한 방법을 '과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피감기관 직원을 불러 혼내거나 추궁하는 경우가 많은데 뭔가 배우려고 부른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이 금감원의 '과외 교사'가 된 것은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줄을 잇고 있는 사모펀드발(發) 대형 사고를 국민은행이 피해 갔기 때문이다. 작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부터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곤욕을 치르는 동안 국민은행은 '사고 안전지대'로 남았다. 덕분에 국민은행의 지난 4월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한 7조3683억원(금융투자협회)으로 집계됐다. 다른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이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상품을 선정해 판매하기 전까지 투자상품사전협의체와 상품선정위원회 등 총 8단계에 걸친 평가를 진행하며 불량 운용사와 상품을 걸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상품 선정부터 판매 후 사후 평가까지 국민은행의 총 14단계에 걸친 평가 과정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사례를 '베스트 프랙티스(최우수 관행)'로 다른 은행에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이 주목하는 또 다른 모범 사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다. 국민연금은 4월 기준 자산(약 726조억원)의 12%(약 90조원)를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로 운용하고 있다. 전액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굴리는데도 DLF나 라임 사태를 겪지 않았다. 비결은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를 꼼꼼히 검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해외 대체투자 위탁운용사를 고를 때 최소 운용 규모, 운용 경력 등을 충족하지 않으면 아예 심사조차 안 한다. 이후 운용사의 경영 안정성, 재무 현황, 인력의 전문성·도덕성, 운용 업력 등을 평가해 최종 선정한다. 시중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엉뚱한 운용사에 고객 돈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모든 금융회사가 국민연금처럼 운용사를 꼼꼼하게 골랐다면, 지금처럼 라임·옵티머스 펀드가 무더기로 팔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국민연금 사례를 참조해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절차에 대한 모범 규준(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