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무부가 정식으로 공표하지 않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입장문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의혹과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제2의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한테 넘어간 것과 동일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 입장문 가안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링크한 뒤 "중대한 사안이다. 최 의원은 정부 문서를 어떻게 훔쳐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정부의 문서가 그냥 밖으로 줄줄 새나간다. 과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인지라,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다. 국가기강이 개판 오분전"이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를 아웃소싱했다. 전과5범과 최강욱, 황희석(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장관을 산사로 보내놓고 셋이서 법무부의 중요한 결정을 다 내리는 듯"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 권력에 도취해 저지른 실수일 것이다. 사기죄로 조사를 받는 전과5범이 검찰을 조롱하며 기세등등할 수 있는 것도 법무부가 제 손 안에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행태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데 그 '가안'이라는 거, 혹시 '최강욱 장관님' 본인이 작성하신 거 아녜요? '황희석 차관님'하고 같이…"라고 썼다.

앞서 추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9일 오전 10시까지 답변하라"고 했다. 윤 총장은 8일 6시쯤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오후 7시 52분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으로 추 장관의 거부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최 대표가 오후 9시 55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이 글은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출입 기자들에게 이러한 공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적이 없었다. 최 대표는 20여 분 뒤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삭제한다”며 글을 지웠다.


법무부가 공개하지도 않은 추 장관 입장이 담긴 내부 문건이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여권 인사로 구성된 '조국 백서' 관계자들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최 대표는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어디서 글을 복사해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9일 자정쯤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금일 법무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며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 대표가 공개한 문안은 내부에서 논의되던 것과 같지만, 누가 어떻게 유출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