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할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자신은 수사 결과만 보고받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즉각 거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 50분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독립적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에게 지휘를 맡기겠다고 건의한 지 1시간 40분 만이다.

이날 오후 6시 10분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을 통해 “김영대 서울고검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보고받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이날 오전 “내일 오전 10시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메시지를 던지자, 지휘권 발동 일주일 만에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이날 ‘건의’를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중재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수사팀이 독립수사본부에 참여하고 윤 총장은 결과만 보고받는 방식은 ‘현 수사팀이 계속 수사하고, 총장은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추 장관의 지휘권을 크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독립수사본부를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맡는 것은 수사 지휘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닌 제3의 특임검사에 맡기고자 한 윤 총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건의안을 내놓자마자 일부 여권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특임검사’란 용어만 쓰지 않은 꼼수”라며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적 수사를 지휘한 점에 대한 반항”이라고 적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TK성골 출신 서울고검장 김영대를 특임검사로 자신이 박아놓고 독립수사본부? 풉!”이라며 “이것을 받는다면 윤석열과 검찰은 장관의 지휘를 어겨도 법무부는 적당히 핸들링할 수 있다는 사례와 표준을 만드는 셈이다”라고 적었다.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당사자인 ‘제보자X’ 지모씨는 황 전 국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링크하며 “저열하다. 윤석열…”이라고 적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남겨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편파 수사’라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보자인 지씨가 방송사, 정치권과 함께 ‘함정 보도’를 한 게 아니냐는 ‘권언 유착’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지씨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동재 전 채널A기자는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고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한 현직 검사는 “오늘 총장이 건의한 독립수사본부는 장관의 지휘를 90% 가까이 반영한 것으로 절충안이라고 표현하기 뭐할 정도로 장관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시선”이라며 “그런데도 이성윤 수사팀을 고집하겠다는 건데, '정파적인 수사팀, 편파수사'라는 지적 나오는데도 왜 굳이 이성윤이어야하는지는 법무부가 설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