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해리포터’ 작가인 JK 롤링과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등 영미권 지식인 150여 명이 소수 의견을 배척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를 강하게 비판하는 공동서한을 발표했다고 영국 BBC 등이 8일 보도했다.

소설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

이들은 7일 미국 문화잡지 하퍼스 매거진에 ‘정의와 공개 토론에 대한 서한(A Letter on Justice and Open Debate)’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 “다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공개 망신 등 보복을 당하고 있다”며 “다양한 견해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서한에 이름을 올린 인사에는 JK 롤링을 비롯해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인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CNN방송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 작가 말콤 글래드웰, 미 트럼펫 연주 거장 윈턴 마살리스 등이 포함됐다.

노엄 촘스키 MIT 교수

이들은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철폐와 사회 정의를 위해 벌어지는 시위를 환영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 토론과 의견 교환이 억압받고 있다고 했다.

또한 “특정 표현과 사상이 자신과 다르면 가혹한 보복으로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주장이 흔해졌다”며 “편집자들은 논란이 되는 글을 실었다고 해고되고, 거짓 정보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책들이 사라지고, 언론인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이 금지되고, 교수들이 수업 중 문학 작품을 인용했다고 조사받고, 특정 기관 수장들이 간혹 어설픈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만으로 축출된다”고 했다.

실제 JK 롤링은 지난달 여성을 ‘월경하는 사람들’이라고 칭한 한 언론사 칼럼을 두고 “여성은 여성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트렌스젠더 혐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토론이 제한되면 필연적으로 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모든 사람의 민주적 참여가 저해된다”며 "나쁜 의견을 물리치는 방법은 노출과 논쟁, 설득이지 침묵하거나 배척하는 게 아니다. 선의로 다른 의견을 냈다고 직업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는 분위기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 방송은 “이번 공개 서한은 캔슬 컬처(cancel culture)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캔슬 컬처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해당 인사의 소셜미디어 계정 구독을 취소하는 일종의 '온라인 왕따'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