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정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와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정부 결정을 기다리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소상공인 위주의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강력 규탄”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전국연)는 8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의 기만적 형태와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국연은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달 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표자가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을 기습적으로 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까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것처럼 태도를 보이다가 돌연 입장을 바꿔서 소상공인 위주의 중고차 판매업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연은 “완성차 제조업체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현 시장을 붕괴시키고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며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는다면 시민단체와 연대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서 철수할 때까지 무기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임박
중기부는 조만간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천한 날부터 최장 6개월 이내에 중기부 장관이 결정하게 돼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초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규정대로라면 중기부는 5월 초 심의위를 열고 판단을 내렸어야 했지만,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판단이 나면 중고차 판매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고, 관련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수입차 업체, 금융업체, 유통 대기업들도 직접 중고차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판매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내수시장 침체와 해외 판매 부진 등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업체는 중고차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대기업은 중고차 판매를 못 하게 막는 것은 국제표준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허위매물 근절” vs “중고차값 더 오른다”
국내 중고차 매매 시장은 신차 판매 시장보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 자동차 거래는 연간 220만~230만대 규모로 금액 기준으로 연간 약 27조원으로 추산된다. 신차 판매 시장의 1.65배 정도이다.
중고차 시장의 최대 골치인 ‘허위 매물’ 피해 등 소비자 불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현대기아차가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면 중고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신차 가격을 높이기 위해 중고차 가격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허용하되 자율협약 방식으로 영세 중고차 판매업자를 보호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반위도 지난해 중고차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면서 대기업과의 상생협약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