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MBC가 보도한 ‘검언 유착’ 의혹 관련 함께 제기되는 ‘권언유착(권력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지 않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팀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 및 비정상적인 행태 이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이로 인해 검찰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에 놓여, 이대로 완벽한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매우 높은 수위의 비판까지 제기됐다.

검찰


◇"권언유착 수사 않는 수사팀, 감찰 대상"
대검찰청 감찰과장을 지낸 청주지검 형사1부 정희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에 이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정 부장검사는 "현 '검언유착' 사건 수사팀에게 공개적으로 질의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총괄한다.

정 부장검사는 “이 사건은 검언유착 외에도 권언유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며 “유력 정치인이나 친여권 성향 언론사(MBC)가 마치 로비 자료가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채널A 기자에게 덫을 놓았다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책임자였던 한모 검사장을 검언유착의 당사자로 몰고 갔다는 의혹”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2일 수사팀이 대검 부장회의에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견을 보고할 당시 검사장에게 유리한 부분은 모두 뺀 녹취록 요지를 제출하는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며 “이후 이를 알게 된 대검의 보완 지휘 등은 모두 거부하며 언론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건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팀의 행태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게 사실이라면 현 수사팀은 검사의 객관의무를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서, 이 자체로 감찰사안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편파수사 해명 못하면 사건 특임검사에 넘겨라"
정 부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께서 법사위 출석해, '한모 검사장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위한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거론한 것에 대해, 일선의 많은 검사들이 현 수사팀이 총장에 대한 보고, 지휘는 거부하면서 장관에게 수사상황을 직보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 수사팀에 대해, 예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검찰총장 몰아내기’ 내지 ‘식물총장 만들기’의 일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정 부장검사는 “수사팀께 촉구드린다”며 “지금까지 말씀드린 불공정, 편파수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 해명해주길 바란다”면서도 “만약 해명하지 못하겠다면,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건을 기피해 새로운 특임검사에게 수사권을 넘기시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