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외교·안보 라인을 물갈이하며 북한통(通)들을 전면 배치한 데 대해 미국 조야(朝野)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독자적으로 풀기 위해 '직통 채널'을 뚫어 국제 제재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통을 앞세워 한미워킹그룹도 우회하는 남북 간 터널(inter-K tunnel)이 뚫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새 외교·안보 라인은 그동안 대북 협상 경험이 많거나 '민족 우선'을 강조해온 인사들로 꾸려진 게 특징이다.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30여 년 국정원에 근무하며 대북 업무를 도맡았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전대협 1기 출신으로 학생 때부터 통일운동을 해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 관계 등 4강 외교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 없이 북한통 일색으로 꾸린 인사로는 제대로 된 외교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특히 대북 불법 송금으로 유죄가 선고돼 1년여 수감 생활을 한 박지원 전 의원이 국정원장에 내정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평양으로 현금을 불법 유출하는 게 중요한 역량"이라며 "이게 워싱턴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평양 대사가 마지막 꿈'이라고 말하는 대북 햇볕론자를 정보 라인의 수장에 임명함으로써 미국의 반대에도 '대북 유화의 길'을 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도 트위터에서 "박지원은 김정은에게 5억달러를 송금했고, 세레나데 2곡까지 곁들였다"며 "그가 한국의 정보 수장(spy chief)이 됐는데 북한이 '통일이 이제 다 왔구나'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6일에도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재차 드러냈다.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이날 '언제까지 치욕과 굴종의 굴레를 쓰려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한미워킹그룹을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