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고(故) 송경진 부안 상서중 교사의 순직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전북교육청의 조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송경진 교사는 순직이 확정됐고, 억울한 누명도 벗게 됐다.
인사혁신처는 6일 송경진 교사의 부인 강하정씨가 낸 행정소송 1심 승소 판결을 존중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씨는 인사혁신처가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인사혁신처장이 강씨에게 내린 유족 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며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경찰의 내사 종결 처분에도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자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자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판결이 나오자 소송 당사자도 아닌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항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육감은 “한 인간으로서 사망, 교사로서 사망 거기에 대한 인간적 아픔과 법적인 책임 여부는 별개다”며 “이것이 혼용돼서 전북교육감을 원칙만 강조하고 매정하다고 부르는데, 이렇게 하면 실제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인간적인 아픔과 법리적인 판단 이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설사 성추행 문제에 혐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징계법상 징계사유가 있는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육감은 “인사혁신처가 송 교사 사건의 항소에 대해 호의적으로 나온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은 지난 3일 “송 교사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아직 항소 여부는 결정된 것 없고, 전북교육청의 항소 요청에 인사혁신처가 우호적으로 이야기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승환 교육감이 항소 의지를 나타내자 여론은 들끓었다. 한국교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성명을 내고 김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부산 해운대구갑)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양심이 남아 있다면 항소 포기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법대 교수였던 김 교육감의 항소 발언이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교사 유족을 대리하는 전수민 변호사는 “항소를 하면 전북교육청이 보조 참가를 하겠다고 했는데, 공무원의 재해보상 소송에서 사용자(국가·지자체)가 보조 참가를 한 사례는 아직 없다”며 “보조 참가를 하려면 ‘법률상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전북교육청은 ‘법률상 이익’이 없으므로 보조 참가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전수민 변호사는 “송 교사의 순직 인정으로 설사 김승환 교육감 본인의 명예가 실추됐더라도 이는 ‘법률상 이익’이 아닌 ‘사실상 이익’이므로 보조 참가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순직 인정으로 전북교육청에 법적인 불이익은 전혀 없고, 만약 항소가 된다면 보조 참가 신청은 기각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또 “김승환 교육감은 ‘순직 소송이 인사혁신처가 아닌 전북교육청이 실질적인 당사자’라고 말했는데, 이는 법률적으로나 사실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송 교사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신청을 할 때, 부안교육지원청 담당 직원이 안타까워하면서 아픔을 공감해 주셨다”며 “업무 담당자도 공감하는 사건을 인정하지 못하는 김승환 교육감은 상대방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송 교사는 지난 2017년 4월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 수사에서 추행의 의도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내사 종결됐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학생과 학부모는 “오해였다”며 “송 교사가 억울함을 풀고 다시 출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전북교육청에 냈다.
그런데도 전북교육청은 “송 교사가 여학생의 신체를 접촉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전북교육청 감사담당관은 2017년 8월 4일 송 교사에게 특정감사를 통보했고, 송 교사는 다음 날 오전 9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