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가 2017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일지에 적은 글. '왜 살까 죽을까 뉴질랜드에서 죽으면…' 이라고 적었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최숙현(22) 선수는 폭행·가혹 행위 가해자로 김모 감독, 팀 닥터 안모씨와 함께 선배 선수 두 명을 지목했다. 그중 한 명이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장모(32) 선수다. 그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전국체전 8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장 선수가 사실상 팀의 실세 노릇을 했다는 정황과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경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는 안씨가 팀에 들어온 것은 장 선수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장 선수가 경북 경산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안씨에게 치료를 받아왔다"며 "그러면서 다른 선수도 안씨에게 치료받게 됐고, 경주시청 팀이 안씨를 전지훈련 등에 동행시키게 됐다"고 했다. 장 선수 후배인 경북체고 선수들도 안씨에게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시청은 감독 위에 선수가 있다'는 말은 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한다. 이지열 전 트라이애슬론 유소년 국가대표 감독은 "대회장에서 다른 선수는 감독 지시에 따라 함께 몸을 푸는데, 장 선수는 감독에게 따로 말한 뒤 개인 운동을 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곤 했다"고 했다.

팀 숙소로 쓰이는 경산시 사동의 한 빌라도 장 선수 측 소유로 확인됐다. 남자 숙소인 3층 방 1개가 등기상 장 선수 어머니 박모씨 명의이며, 여자 숙소 4층 방 1개는 장 선수 명의다. 경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경주시체육회가 각각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65만원씩을 부담하고 있다.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지난 2일 향후 팀 운영에 대해 "장 선수와 이야기를 나눈 후 조치하겠다"고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와 팀 운영을 결정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 회장은 "당시 장 선수가 팀 주장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며 "지금은 다른 선수와 접촉을 막고 분리시킨 상태"라고 해명했다.

안씨가 선수들에게 의사 행세를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그는 작년 12월 팀을 떠났다. 선수들은 그가 의사가 아니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선수는 폭행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5일 장 선수의 반론 또는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었다. 안씨에게도 수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한편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 선수의 부산시체육회 동료와 통화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TV조선이 5일 보도했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임 의원은 "지금 부산시체육회는 무슨 죄가 있고" "왜 부산 쪽까지 피해를 보는지"라고 했고, "다른 절차가 충분히 있었다"며 최 선수 측이 검찰에 고소한 것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경주시청이 독특한 거죠"라고 하며 체육계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듯한 질문도 있었다.

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최 선수가 목숨을 끊기 전 팀 분위기가 어땠고, 동료가 어떻게 봤는지 알고 싶어 전화한 것"이라며 "아버지가 (고소를) 더 밀어붙였다는데, 최 선수가 검찰·경찰 조사를 매우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했던 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