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찬 기자

서울 남산 소월길의 보성여고 앞 버스 정류장. 오래된 아날로그 텔레비전 모양이다. 몇 년 전 한 예술가가 만든 작품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소월길을 지날 때마다 텔레비전 화면에 오늘은 어떤 모습이 그려질지 기대하곤 했다.

장맛비가 내리던 날 오후, 소월길을 지나다 그 정류장에서 요즘 TV에서 흔히 보는 장면과 마주쳤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들었을 생각을 하니 안쓰러웠다. 이날 '소월길 텔레비전'에서 본 화면이 하루빨리 추억의 한 장면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오래된 텔레비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