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일 사상 최대인 38조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초유의 '5인 단독 심사'를 이어갔다. 민주당이 선출한 정성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비롯해 박홍근 간사, 위성곤·최인호·김원이 의원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예산 심사의 막바지 관문인 국회 예산안조정소위를 단독 진행했다.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은 "역대급 거수기 밀실 심사"라며 "민주당이 자기들 지역구 예산 증액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예산소위는 통합당은 불참한 채 '민주당 5인'이 정부 측과 심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정 위원장은 회의를 시작하며 여당 의원들의 과도한 지역구 사업 요구를 언급하며 "개별적 지역 예산은 결코 추경 때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여당 의원들이 여러 경로로 예결위에 일명 '쪽지'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사하갑이 지역구인 최인호 의원은 한국해양진흥공사 출자(3000억원)·해양관광 육성(430억원)·역사 이동 편의시설 확충 사업(32억원) 등 지역구 관련 사업 예산 등 총 3462억원을 증액 요구했다. 예결소위 위원인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도 코로나 사태로 경영 악화를 겪는 연안 여객사들에 유류비 일부를 지원하자며 491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유동수(인천 계양갑) 의원은 인천시 스마트 자가 통신망 확대 구축을 위해 24억원을 요구했고, 서동용 의원은 전남 동부권에 감염병 진단 검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6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했다. 양향자 의원은 광주광역시의 건강관리기반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 예산 80억원을 증액해달라면서 지역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서비스와 연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소위 위원들도 틈날 때마다 지역구 민원 사업을 챙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전날 감액 심사에서 군(軍) 의료시설 실태가 화제에 오르자 "제 지역구 덕정에도 군 병원이 있는데 굉장히 낙후돼 있다. 거점 병원으로 만들어야 하니 (연말) 본예산에서 잘 챙겨달라"고 했다. 이에 군 고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원이 의원은 '감액' 의견이 제기된 농촌 태양광 사업에 대해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자기 지역구인 서남 해안에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고 해상풍력 대기업 유치를 공약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계획한 '해외 유턴기업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수도권 지원 비율을 줄이고 지방 지원 비율을 늘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지방 지원을 늘려도) 수도권 아니면 (기업들이) 유턴을 안 한다"고 했다.

이날 정부 측이 계획한 3차 추경의 '일자리 만들기'에 대해서는 여당 측으로부터도 일부 이견이 나왔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서 4000명의 '멘토'를 고용해 학생들에 원격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에 47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위성곤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이게 진행이 잘 되겠느냐"고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규모 강사 모집 등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김원이 의원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에 1400명을 6개월 단위로 고용하는 사업(348억원)에 대해 "한 해만 하고 마는 거냐"고 하자, 정부 측은 "급한 일자리 차원에서 올해만 한다"고 했다. 이번 추경 사업 상당수가 단기 일자리 사업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 측은 "추경 지연으로 인해 1~2개월치 사업비를 깎자"는 여당 측 요구에 대부분 "이견이 없다"고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역구 사업을 늘리기 위해 일부 사업비를 깎자고 했고, 정부 측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