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못한 환경에서 축구할 때 이 악물고 뛰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공격수 한교원이 지난 5월 8일 수원과 홈에서 맞붙은 2020 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공을 몰고 달려나가는 모습.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선두 전북의 창끝엔 한교원(30)이 있다. 그는 이번 시즌에 리그 9경기에 출전해 공격 포인트 7개(4골 3도움)를 기록 중이다. 특히 그는 지난 30일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위 수성을 이끌었다.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릴 정도로 슛 감각이 살아있다. 한교원은 올 시즌 공격 포인트 국내 선수 1위이며,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서는 포항의 팔로세비치(27·4골 3도움)와 공동 4위다.

약팀이 나를 독종으로 만들었다

한교원의 모교인 충주상고는 지난 2001년부터 17년간 전국체전 충북 대표 선발전을 한 차례도 통과하지 못했다. 배출한 K리그1 선수도 한교원 외엔 김효기(34·광주)와 송민규(21·포항) 정도뿐이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선 조선대 축구부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3개월간 팀 훈련에 합류했다. 그러나 조선대는 그를 최종 선발하지 않고, 대신 같은 법인인 조선이공대(2년제)가 창단하는 축구부 입단을 권유했다. 한교원은 "그래도 조선대에서 축구하고 싶어 수능도 보고 체대에 응시했지만 불합격했다"고 말했다. 조선이공대는 1~2학년밖에 없어 3~4학년이 주축인 4년제 대학 팀보다 전력이 현저히 밀렸다. 한교원은 그 속에서 군계일학이었다. 2010년 U리그(대학축구리그) 20경기에 출전해 18골을 터뜨렸다. 이런 활약을 발판 삼아 2011년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입단한 게 시민구단인 인천이었다. 인천은 2010시즌 당시 15팀 중 11위에 머무른 중하위권 구단이었다. 첫해엔 공격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센터백이나 라이트백을 종종 맡다가 2012년엔 윙 포지션에 안착해 28경기 6골 2도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남준재(32·당시 8골)와 설기현(41·당시 7골)에 이은 팀 내 득점 3위였다. 한교원은 2013년에도 팀 내 득점 3위(6골)에 올랐다.

이젠 닥공의 선봉장

꾸준한 활약 덕에 한교원은 2014년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패배가 익숙한 팀들을 여럿 거치다 보니 어릴 적부터 제 부족함을 깨닫고 보완할 기회가 많았던 게 결국 지금 전북의 일원이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북 모라이스 감독은 한교원에 대해 "늘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개인 훈련을 많이 한다"며 "동계훈련부터 스스로 득점력 등을 향상하기 위해 슛 훈련, 움직임 등을 연구하는 노력형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교원은 프로 입단 당시 100m를 12초에 끊었을 정도로 스피드가 좋은 반면 돌파나 슛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최근 플레이가 안정되면서 전북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완성도를 더해주는 무기가 됐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한교원이 그동안 뛰어난 동료들에 묻혔는데, 올해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무뎌지면서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교원의 올해 목표는 생애 첫 10(득점)-10(도움) 클럽 진입이다. 그는 2014년 전북에서 11골을 넣은 경험은 있지만, 10도움을 달성한 시즌은 없다. 한교원은 "팀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는 덕에 올해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듯하다"며 "골문 앞에서 한층 더 집중해 공격 포인트를 노려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