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의 무릎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진 이성우. 그는 괴로워하면서도 '비디오판독'을 외쳤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프로야구 6차전.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2루에서 KT 박경수가 친 타구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갈랐다. KT의 2루 주자 강백호가 홈으로 내달렸고, LG 우익수 홍창기가 힘차게 공을 홈으로 던졌다.

홈 플레이트에서 접전이 펼쳐진 상황. 살짝 오른쪽으로 빠진 홍창기의 송구를 잡아낸 LG 포수 이성우가 홈 쪽으로 몸을 날렸다. 강백호도 거의 동시에 슬라이딩으로 들어왔다. 심판의 판정은 세이프.

세이프 판정이 나온 뒤에도 이성우는 그라운드에서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했다. 슬라이딩으로 들어오는 강백호의 무릎에 이성우의 머리가 부딪치며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머리를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뒹굴면서 괴로워하던 이성우가 “비디오판독”을 외쳤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가 아웃임을 확신한 것이다. 한국 나이 마흔 살 포수의 놀라운 투혼이었다.

걱정이 됐는지 상대팀인 KT 사령탑 이강철 감독도 나와 이성우의 상태를 체크했다. 이강철 감독은 유지현 LG 코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몸을 날려 강백호를 아웃시키는 이성우. 40세 베테랑 포수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이었다.

비디오판독 결과 판정은 아웃으로 번복됐다. 이성우의 몸을 날린 플레이가 실점을 막아낸 것이었다. LG가 다시 분위기를 잡아나갈 수 있었던 장면. 이성우는 목 보호대를 차고 교체됐다. 점수는 그대로 3-3이었다.

하지만 LG는 이성우가 투혼으로 지켜낸 점수를 곧바로 잃고 말았다. 2사 1·2루에서 투수 송은범이 장성우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2루 주자 문상철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KT가 4-3으로 앞섰다. KT는 10회말 선두 타자 라모스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마무리 김재윤이 등판해 세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LG는 KT에 2연패를 당하며 이번 3연전을 1승2패로 마쳤다. LG 팬들은 이성우의 분전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 가장 안타깝다.

작년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유강남의 백업 포수로 뛰는 이성우는 올 시즌 3홈런 9타점으로 프로 13번째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부상으로 당분간 보기 어려울 수도 있을 전망이다. LG엔 여러모로 아쉬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