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공공기관의 총인건비가 처음 30조원을 넘어섰다. '신재생에너지' 등 정부 사업에 동원돼 재정이 악화한 공공기관들에 인건비 부담까지 누적되면서 각 기관의 신규 채용은 정체하거나 줄었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이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30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 연도별 총인건비' '공공기관별 인건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체 공공기관의 인건비 예산은 전년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30조292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21조1000억원, 2016년 22조9000억원 수준에서 2017년 24조2000억원, 2018년 25조6000억원, 2019년 27조5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왔다. 2017~2018년 5%대 수준을 유지하던 인건비 증가율이 2019년 7.5%, 2020년엔 9.8%로 치솟았다.

전년보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공공기관은 전체 339곳 가운데 320곳(94.4%)이었다. 인건비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기관도 194곳(57.2%)에 달했다. 지난 1년여간 정규직을 8000여명 전환한 한국전력은 올해 인건비가 작년보다 2100억원(11.5%) 늘었다. 그동안 정규직을 늘려왔던 수자원공사(1369억원·26.5%), LH(1312억원·20.6%), 산업은행(1049억원·31.3%), 한국남동발전(981억원·56.9%) 등도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부채가 전년 대비 14조원, 한국수력원자력은 3조원가량 늘어나는 등 정부 정책에 따른 공공기관의 부담도 커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년여간 전체 공공기관은 총 9만130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매년 늘어나던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2018년 3만3716명에서 2019년 3만3447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추 의원은 "급격한 정규직 전환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박탈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