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 철회 절차에 돌입하면서 아시아 무역·금융 허브인 홍콩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고도의 자치'를 전제로 서방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지위를 누려 왔다.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는 29일(현지 시각) 홍콩에 대한 수출허가 예외 등 특혜 조치를 철회하고, 군용이나 민군 양용(兩用) 기술의 홍콩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 자치권 훼손에 관련된 중국 관리 등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제재를 평가한 결과 관련 제품의 교역량이 많지 않고, 대체품을 중국 본토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했다. 람 장관은 "미국은 홍콩과 무역을 통해 매년 300억달러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제재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미국이 손해를 무릅쓰고 홍콩에 제재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금융사의 홍콩 투자를 제한해 자본 이동을 막거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해 인적 교류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이 홍콩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부유층과 고급 인재 유출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영국은 30만명에 달하는 홍콩 영국해외시민 (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 소지자들에게 영국 체류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정치적으로,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쪽에서 압박하면서 홍콩으로서는 어려움이 배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만으로도 홍콩이 누렸던 무역 중심, 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가 많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이 홍콩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준의 제재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의 의도는 홍콩 시민에게 불안감을 줘서 반발하게 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에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경제 분야에서 극적인 변화를 낳는 제재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