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최근 단기특정금전신탁 상품의 보수율을 속속 낮추고 있다.

단기특정금전신탁(MMT·Money Market Trust)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단기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초단기 금리형 상품이다. 은행들은 고객의 단기 자금을 MMT로 받아 금융회사의 발행 어음이나 은행끼리 자금을 빌려주는 콜론(초단기 자금) 등에 투자해 이자를 준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고객의 다양한 투자 목적과 투자 기간에 맞춰 자금을 운용할 수 있어 한때는 예금의 대안으로도 주목받았다. 종합자산관리 계좌에 들어 있는 돈 중에 미운용 자금을 굴리는 용도로도 쓰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한 5월 말부터 시작된 단기특정금전신탁 보수율 인하 행렬은 종전 0.4~0.5%대에서 0.2%로 조정하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이 이미 낮췄고 농협은행도 곧 낮출 예정이다.

3월 말 기준 퇴직연금을 제외한 수시 입출식 은행 신탁 상품에 투자된 돈은 55조원 규모다. 그러나 올 들어서만 기준금리가 1.25%에서 0.5%로 0.75%포인트 낮아지면서 아무리 돈을 굴려봐야 전체 운용 수익에서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져 버리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돼버렸다.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지만 단기에 목돈을 잠시 맡기려는 사람들이 돈을 둘 곳 없을 때 MMT 등을 이용하는데, 하루 맡겼다가 보수 떼느라 원금이 까이는 상황이 발생하자 은행들이 서둘러 보수율을 낮추고 나선 것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익을 더 내기에는 한계가 왔다"며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지만, 고객에게 원금보다 적은 돈을 돌려 드릴 수는 없어서 MMT와 연금 관련 불특정금전신탁 상품의 신탁보수율을 인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해 비대면 MMT 상품에 보수를 더 낮춰주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으로 가입하는 특정금전신탁 신규 고객에게는 대면 상품 대비 0.2~0.3%포인트 낮은 보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