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반기문〈사진〉 위원장이 29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비판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그린뉴딜을 통한 기후 위기 대응 간담회'에 참석한 반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들어간 나라가 '악당' 소리를 듣는 것은 불명예스럽다"며 이처럼 말했다. 기후 악당은 석탄 소비가 줄지 않는 국가들을 묶어 환경단체 등이 비판하는 용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 같은 지적의 근거로, "정부가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2034년의 목표치가 1990년 당시 수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며 "갈수록 잘해야 하는데 갈수록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 위원장은 "한국이 미세 먼지, 대기 질과 관련해 OECD 회원국 36국 가운데 35위, 36위에 들어간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G7(주요 7국)에 해당한다. 이런 오명은 벗어야 한다"고 했다.

미세 먼지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에서 중국의 영향은 과학적으로 30%쯤"이라며 "몽골, 북한 등에서도 미세 먼지가 날아오지만, 우리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한·중·일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미세 먼지 농도에 중국발(發)이 미치는 영향은 32%가량이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중국이 언론 공개를 하지 않은 등 논란이 있었다.

정부의 환경 관련 위원회도 도마에 올랐다. 반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캐치프레이즈를 내고 대통령 위원회가 생긴다"며 "무질서하게 산재해 있는 각종 위원회를 정비해 대통령 직속 환경 관련 위원회들을 통폐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 위원장이 속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발족한 위원회다. 현재 정부에는 이 외에도 녹색성장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