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회사 경영진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지난 2월부터 임금 250억원 체불로 논란을 빚기 시작한 이후 4개월 만에 대주주 일가가 나서 지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지분 38.6%를 보유한 지주회사 격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인 이원준(21)씨가 66.7%, 딸인 이수지(31) 이스타홀딩스 대표가 33.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자녀들을 통해 이스타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이 의원이 회사 포기 의사를 밝힌 셈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대주주가 헌납한 지분으로 체불 임금 해소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각종 채무 상환과 세금 납부에 소요될 금액을 빼면 이 정도 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돈은 30억원 정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주항공과의 매각 협상이 불발되면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돼 아무 실적이 없는데도 100억원대 대출을 받아 이스타항공 지분을 사들여, 자금 출처 논란과 편법 증여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모두 적법했고 관련 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타항공 임금 체불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부대변인이 이스타항공 노조 측에 연락해 중재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체불 임금 중 110억원을 이스타항공 측이 부담하는 안(案)을 노조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간부가 임금 140억원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이 부담하도록 사실상 압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부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직 민주노총 산별연맹 위원장으로서 선의로 중재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