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

대형 서적도매상 인터파크송인서적이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자 출판계는 인터파크 본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반면 인터파크 측은 지난 기간 동안 책임 경영의 노력을 보인 끝에 내린 결정이며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한 만큼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출판계는 29일 오후 1시45분께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 본사 앞에서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회에는 ▲대한출판문회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한국대학출판협회 ▲한국아동출판협회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중소출판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학술출판협회 ▲한국학습자료협회 ▲불교출판문화협회 ▲어린이책사랑모임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청소년출판모임 ▲청소년출판협의회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1인출판협동조합 등에서 150명 가량이 참여했다.이들은 현장에서 '경영책임 회피하는 인터파크 규탄한다', '인터파크 아웃'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터파크는 인터파크송인서적 사태, 끝까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은 2000여개 출판사와 거래하는 서적도매업계 2위 업체다. 이달 초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독서량 감소에 따른 서적 도매업 환경 악화, 오프라인 서점 업계의 대형 서점 쏠림 현상 심화 등을 경영 악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회생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인터파크송인서적의 모든 거래 및 활동이 중지됐고, 이에 거래 출판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출판계의 주장이다.

출판계 인사들로 구성된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은 이날 집회에서 인터파크 본사가 끝까지 책임져 서로 상생, 배려하는 출판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람과 기업의 진면목은 어려움 속에서 드러나는 법"이라며 "인터파크라는 기업이 3류로 전락하느냐 마느냐,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느냐, 인터파크가 기업으로서 우리 사회에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 여부는 인터파크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출판인들이 만들던 책의 원고를 덮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인터파크의 문제가 인터파크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출판계가 힘든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지금, 인터파크송인서적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신청 즉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출판계를 배신했다"고 보탰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은 1959년 송인서림으로 출발했다. 2017년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인터파크송인서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송인서적의 부도는 일부 중소 출판사까지 연쇄 부도위기를 겪는 상황으로 번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인터파크가 출판업계 요구에 부응해 송인서적을 인수했다.

채권단은 "기업회생절차는 채무 탕감을 전제로 한다. 이미 3년 전 대부분의 채무를 탕감해 준 출판계에게 인터파크는 어떻게 또 한 번의 채무 탕감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수천 곳의 작은 출판사들이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다가 이러한 인터파크의 농락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절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터파크송인서적의 대주주 인터파크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논리를 접어야 한다"며 "3년 전 채무탕감의 수혜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고, 출판계에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태를 해결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표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출판인 개개인도 답답함을 표했다.

김일신 서해문집 본부장은 "인터파크는 지난 5일 출판계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간 인터파크를 믿고 책을 공급했던 출판계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2500여개 출판사의 생존권이 결부된 문제다. 자본의 논리로만 판단하지 말고 문화의 논리로, 대한민국 독자들과, 국민들과 함께 방법을 모색해나간다는 관점으로 이 상황을 함께 해주길, 상생하는 절차를 밟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진한 엠앤비 김갑용 대표는 3년 전 송인서적 기업회생절차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김 대표는 "당시 출판계에서 송인서림의 채무 80%를 탕감했다. 나머지 20%는 주식으로 배분했는데 지금 보면 종이 쪼가리가 되지 않았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채무는 탕감했지만 갖고 있던 재고는 반품되고 있었다. 이것이 정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송인서적 사태가 또 올 것이다. 그런다면 양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는 거의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경 따비 출판사 대표는 "우리는 독자들을 위해 열심히 책을 만들었고 그 책을 독자에 전달하기 위해 송인서적에 납품했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건 법원에서 온 안내장이었다"며 "저희는 더 이상 책을 보낼 수도 없고 대금을 받을 수도 없다. 인터파크는 우리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은 우리가 주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우리에게 어떠한 상의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지금의 인터파크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책을 팔아서, 책에서 시작한 것이다. 자기 기업의 모태가 된 사람들을 이제와 짓밟을 수 있는가. 이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기업하는 경영자의 양심인가"라며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책임 있는 경영자의 자세가 아닐 뿐 아니라 출판계 모두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인터파크송인서적의 매출이 올라가는 듯 했다. 아마 지난 5월 매출이 역대 매출 중 가장 높았을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일어서려나보다 했는데, 그런 기대감이 생겼는데 여지없이 기대를 박살냈다.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인터파크 측은 "여러 사업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며 "지난 2년여 간의 모습을 통해 책임경영의 노력을 보였다고 판단한다. 법원의 개시결정이 내려진 만큼 그에 따른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