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뒷받침할 추가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공수처 7월 출범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7월 15일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후속 3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할 태세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공수처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장을 강제로 가져가더니 친여(親與) 성향 공수처장 임명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반발했다.

작년 연말 민주당이 주도해 강행 처리한 공수처설치법에 따르면, 이 법은 공포일(지난 1월 14일)로부터 6개월 후인 오는 7월 15일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우선 공수처장을 임명해야 한다. 공수처장은 국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한다. 그런데 국회가 후보를 추천하려면 후보추천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야당 추천 2명을 포함해 7명의 추천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여권은 내달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여야가 국회 원 구성 문제로 대립하면서 후보추천위 구성은 시작도 못 한 상태란 점이다. 특히 여당이 제1야당이 맡아오던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면서 미래통합당이 추천위 구성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박병석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최근 공수처 출범을 위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또 국회의장이 야당으로 하여금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토록 독촉하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통합당에선 "야당 몫 위원 추천권을 여당이 가져가려는 의도"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통합당 일각에선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고, 정해진 기한까지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공수처장추천위 운영규칙안 2조 3항을 의심하고 있다. 통합당 유상범 의원은 "통합당이 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직접 추천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했다. 다른 한 통합당 의원은 "여당이 상임위원장에 이어 또 다 해먹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는 "통합당이 왜곡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야당 추천권을 여당이 가져오는 것은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통합당 일각에선 문제의 규칙안 조항이 여당이 만든 '위성 야당'에 통합당 몫 추천권을 넘겨주는 법적 근거로 삼거나, 야당이 추천하지 않을 경우 여당이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모법(母法)인 공수처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압박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 관계자는 "그렇게 하면 여론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선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판사 출신 이광범 변호사가 거론된다. 이 변호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2012년 '내곡동 특검'을 맡았었다. 민변 출신 백승헌 변호사,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 김남준 변호사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