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그룹 부정 승계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6일 ‘수사 중단 및 불(不) 기소 권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후 7시 50분쯤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결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반 찬성으로 의견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날 결정은 ‘압도적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뿐 아니라 수사 중단을 권고한 것에 주목한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한 이후 이 부회장은 1년 7개월 간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불기소 권고는 이 부회장이 받는 시세 조종, 회계사기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리적 의견이다. 수사 중단 권고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장기간 진행된 수사가 결과를 정해놓은 것처럼 진행됐다는 것으로, 수사의 정당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정상적 경영활동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뜻도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사심의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강제적 효력은 없다. 다만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8번 열린 수사심의위원회 논의 결과를 검찰은 모두 존중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견을 종합하여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장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날 결정으로 이 부회장 기소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부담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양창수 수사심의위원장(전 대법관)을 비롯해 로스쿨 교수, 변호사, 기자 등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모였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한 양 위원장은 대신 회의를 주재할 위원을 뽑는 절차만 주재한 뒤 논의 자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직무대행은 참석위원 중 호선해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정했다. 위원장 직무대행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회의 주재는 하되 표결, 질문엔 참여할 수 없어 표결엔 13명이 참여했다.
쟁점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에 개입했느냐 여부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대주주이던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는 안을 실행한 것을 집중 조명했지만, 시세조종 등 관련 물증이 부족하고, 이 부회장이 제기된 의혹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를 마치고 대검을 나선 한 위원은 “기소에 반대의견을 표시한 위원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경제 민주화,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 이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이 안돌아가는지 등 모든 부분을 고민했다. 안 짚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날 결정이 알려지자, 삼성은 “다행스럽다”면서도 곧바로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측은 “큰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검찰이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희망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