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촉발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지만 기본소득은 수백조의 재원과 기존 복지제도의 통폐합 등 대변화가 따라야하는 큰 쟁점이다. 또 4차산업혁명이 도래해 실제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지, 그렇더라도 기본소득을 실현할 수 있을지, 설사 재원을 마련하더라도 기존 사회보장 강화 대신 기본소득제를 하는 것이 맞는지 등 여러 쟁점들이 있다.

◇대안이 나오는 이유

기본소득은 시행하려면 우선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국민 1인당 월 10만원씩 주는데 대략 60조원씩 필요하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는 월 30만원을 주려면 대략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또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기초연금·아동수당·근로장려금 등 기존 현금성 복지 제도는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는데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시행 첫해 연 20만 원(월 1만6000원)으로 시작해 점차 50만 원(월 4만원)으로 올리고 증세를 통해 연 600만원까지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적은 금액으로라도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해도 시행 첫해에 10조원, 연 50만원으로 늘리면 25조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10조, 25조원의 예산을 들여 첫해에 월 1만6000원, 좀 있다가 4만원이라는 '푼돈'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기본소득안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본소득제 대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안1. 오세훈 전 시장 안심소득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달리,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심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기준소득(예를들어 4인가구 기준 연소득 6000만원)을 정하고 그 이하만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들어 소득이 2000만원인 4인 가구의 경우, 기준 6000만원과 차액인 4000만원의 절반인 2000만원을 추가 지원하자는 것이다.

안심소득제를 설명하는 그래프. 예를들어 4인가구 소득이 3000만원이면 기준소득(여기선 6000만원)과 차액인 3000만원의 절반인 1500만원을 보충해 주는 방식이다.


오 전 시장은 "이 방안은 소득격차를 획기적으로 해소하고 기초생활보장에서 근로의욕 상실이라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이 제도를 시행하는데 53조원의 예산이 들 것"이라며 "11조원은 기존 근로장려금(5.5조원)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3.1조원) 등을 폐지해 마련하고 나머지 42조원은 앞으로 증가할 복지예산으로 충당하자"고 했다.

이 방안은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음의 소득세(최저소득보장 수준을 설정하고 여기에 미달하는 금액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주는 제도)' 개념을 변형시킨 것이다.

◇대안2. 김원식 교수 "기본소득할 예산으로 저소득층에 1억원"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과 기본소득제' 정책토론회에서 "차라리 187조원을 저소득층에 1억원씩 주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 옹호단체인) 랩2050이 내놓은 기본소득 방안대로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씩 주면 연 187조원이 드는데 30만원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것"이라며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가 180만명인데, 차라리 거꾸로 이들에게 1억원씩 주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도 해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우리 현실에 187조원을 마련할 수도 없겠지만, 혹시 마련하더라도 기본소득을 주는 것보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말했다.

◇대안3. 정세균 "청년기본소득부터 논의"

정세균 총리는 이달초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우리 사정을 보면 기본소득을 도입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일 아픈 건 청년들이다. 부족하더라도 청년들에 대한 기본소득을 한번 의논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을 이끌고 있는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청년층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해 월 100만원씩 4년 정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은 미래 후속세대를 출산하고 키우는 세대로, 더이상 출산 문제는 사회적 영역이 아닌 공공재 영역"이라며 "1차적으로 청년기본소득제를 도입해 대졸부터 4년(24∼28세)간 지원하고, 고졸(20∼24세)의 경우 탄력적으로 운영해 미래에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24~28세 인구는 연령당 약 70만명이므로 70만명×100만원×12개월×4년이면 33.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안4. 정의당 "20세에 3000만원 목돈 주자"

정의당은 지난 4·15 총선 때 만 20세 청년들에게 3000만원을 국가에서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은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2021년에 필요한 재정은 18조원으로 추산했다. 정의당은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의당이 기본소득제에 소극적인 것은 기본소득이 오히려 복지제도를 후퇴시킬 수 있고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소액의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5. "전국민 고용보험이 우선"

기본소득보다는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우선이라는 것이 여권의 공식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200만원씩 다 준다면 낙원이다. 그런데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며 "사회 취약계층의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 안 하고도 먹고 사는 사회가 아니라 일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중요하다"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취약계층에게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를 주장해온 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도 최근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