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환 기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합니다. "로마에 있다면 로마인의 방식으로 살라(si fueris Romae, Romano vivito more)"는 말이 와전된 것이나, 어디에 가든 그곳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사회의 규범을 따르라는 핵심 메시지는 다르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업에는 일종의 경구(警句)입니다. 특히 각국에서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임을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엔 더욱 그렇겠죠.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이 대표적입니다.

구글은 한국과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구글이 한국의 기업 시민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이 회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덕분에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있고,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구글의 앱 장터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역설합니다. 한국 정부를 여러모로 돕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지요.

하지만 정작 '한국 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데는 인색해 보입니다. 구글은 올해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시정 조치를 내리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5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겨우 시정 조치 이행을 완료했습니다. 예전에는 구글 맵의 상세 지도 정보를 한국 내 서버에 두게 한 국내법에 반발, 이를 바꾸려고도 했었지요. "다른 나라는 괜찮은데 한국만 이렇다" "회사의 글로벌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비단 구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러 글로벌 IT 기업들이 은연중 비슷한 행태를 보이곤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 사이엔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라는 건 로마에 간 비(非)로마인에게 해당되는 것"이란 자조적 말도 나옵니다. 로마 시대에 속주(屬州·provincia)에서 사업을 하던 로마 시민은 분쟁이 생기면 현지 법이나 상거래 관행이 아닌 '로마법'대로 하려 했다는 얘기가 문득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