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이스피싱 사고가 터지면 원칙적으로 은행에 배상 책임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보이스피싱 사고에 아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보이스피싱 방지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우리 잘못도 아닌데 왜 물어줘야 하느냐"며 불편한 분위기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 방안'을 24일 발표했다. 핵심은 금융회사가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에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FDS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찾아내 걸러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FDS 구축을 게을리해 대형 보이스피싱 사고가 터질 경우, 금융 당국이 제재에 나서고 소비자 피해를 물어주도록 하는 등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3분기(7~9월)에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로 했다.
예컨대 A씨가 전혀 거래가 없던 B씨에게 갑자기 수백만원씩 여러 차례 송금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은행은 FDS를 가동해 의심 거래라고 판단, A씨에게 '진짜 돈을 보내려는 게 맞느냐'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소비자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는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 가령 고객이 사기꾼과 짜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척 돈을 물어내라고 하는 경우, 은행이 고객을 만류했는데도 사기꾼에게 돈을 보내는 경우 등은 은행이 피해금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반발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은행에 배상 책임을 물리는 건 과도하다"면서 "제도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사가 협력해 해결할 문제인데, 일방적으로 금융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지나치게 몸 사리기에 나서, 정상적인 금융거래도 제한되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와 고객 간 책임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