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에서도 소임을 다한 경찰관, 희생과 헌신으로 사회를 밝힌 시민들의 공적을 기리는 제54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24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민갑룡 경찰청장, 심사위원장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심사위원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와 김재련 변호사, 수상자 가족·동료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충(忠)·신(信)·용(勇)·인(仁)·의(義) 5개 분야에서 선정된 수상자 9명에게는 각각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54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인재 경위, 카자흐스탄에 체류 중인 율다셰브 알리 악바르씨를 대신해 참석한 이웃 장선옥씨, 고(故) 유재국 경위의 아내 이꽃님씨, 문준원 경위, 서두연씨, 김병양씨, 고 박상주씨 아내 김영미씨, 홍재진 경사, 임진선(가명·업무 특성상 미공개) 경위.

충상(忠賞)을 받은 임진선(가명·업무 특성상 미공개) 경위는 수상 소감에서 "팀 동료들과 함께한 고생에 대한 보상을 내가 대표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월 한강 투신자 수색 작업 중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순직한 고(故) 유재국 서울경찰청 경위(사망 당시 39세)는 이날 신상(信賞)을 수상했다. 유 경위의 아내 이꽃님씨는 "남편을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신상 수상자인 경기남부경찰청 부천원미경찰서 홍재진(40) 경사는 2015년부터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지원하는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홍 경사는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여 드리기 위해 발 벗고 뛰겠다"고 했다.

용상(勇賞)은 경찰관 2명이 수상했다. 강원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전인재(40) 경위는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을 유통한 닉네임 '와치맨'을 포함해 최근 1년간 디지털 성범죄 사범 69명을 검거했다. 전 경위 아들 전휘(11)군은 "아빠와 함께 매일 놀지 못해서 아쉽지만, 아빠가 멋진 경찰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강동경찰서 문준원(50) 경위는 지난해 100억대 자금 세탁 조직의 조직원 50명을 일망타진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문 경위는 "현재에 머물지 않는 경찰 수사관이 되겠다"고 했다.

수상자들의 공적이 소개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인상(仁賞)을 수상한 서두연(91·경남 창원)씨는 1968년 농촌지도소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50년 이상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서씨는 "건강이 있는 한 더 많이 돕겠다"고 했다. 3평 사무실에서 반평생 남의 구두 밑창을 갈아주며 모은 전 재산 12억원을 전남대에 기부한 김병양(84·서울 종로)씨는 "어릴 적부터 못 배운 게 한이 됐는데, 이렇게라도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니 기쁩니다"라고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시민 영웅'들에게는 의상(義賞)이 수여됐다. 고(故) 박상주(사망 당시 55세·경기 안산)씨는 작년 10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를 목격하고 2차 사고를 막으려는 조치를 하다가 숨졌다. 아내 김영미씨가 "하늘에 있는 신랑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정한 남편이자 애교쟁이 아빠였던 박상주씨가 오늘 정말 그립습니다"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율다셰브 알리 악바르(28·카자흐스탄)씨는 3월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날 것을 알면서도 원룸 화재 현장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주민 10여 명을 대피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등불 같은 분들이 있어 새삼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며 "이분들 덕에 우리 사회가 살맛 나는 곳이 돼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