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한 ‘사자견’ 주인이 피해자에게 1억5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자견’으로 불리는 티베트산 붉은 마스티프종은 늑대와 싸워 이길 정도로 용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각) 홍콩 법원은 홍콩 서부 위안랑에 거주하는 세실리아 추이 운호씨와 그 아들이 그들의 개가 문 만 쓰와이씨에게 96만홍콩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 만씨는 2015년 11월 위안랑의 자택 근처에서 추이씨가 키우던 티베트산 붉은 마스티프종 2마리에게 물려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이들 개는 몸무게가 각각 42㎏가 넘었지만 당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만씨는 얼굴과 몸에 여러 상처를 입었다. 특히 오른손에 가벼운 마비 증상이 와 10대 때부터 즐기던 피아노도 제대로 칠 수 없게 됐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재판부는 65만홍콩달러의 정신적 위자료와 19만홍콩달러의 미래 치료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만씨의 소송비 95%를 대신 납부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그러나 앞서 추이씨는 피해자가 과장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홍콩과 인접 지역 선전 등에서 피해자가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장면 등을 50여 차례 촬영해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추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만씨에 대한 의학·심리적 분석 보고서 결과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외상 후 어린 시절부터 즐기던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많은 즐거움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한편 만씨를 문 티베트산 붉은 마스티프종은 성장시 키 80㎝, 몸길이 180㎝에 몸무게가 130㎏에 달하는 대형견이다. 2011년 94만5000파운드(약 14억2000만원)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품종의 개로 불렸다. 별명은 ‘사자견’인데 붉은 털 색깔과 풍성한 숱이 사자의 갈기와 비슷하고 늑대와 싸워 이길 정도로 용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몽골의 칭기즈칸은 전쟁에 나갈 때 3만 마리의 마스티프종을 데리고 출정했고, 중국을 돌아보고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이 개를 “당나귀만큼 크고 사자 울음소리와 같은 목소리를 지녔다”고 묘사했다.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는 이 개를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가 번지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붉은 털을 가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