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가득 담아 파는 '얼음컵'은 여름철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표 상품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23일 이런 얼음컵을 1주일 또는 2주일 동안 매일 살 수 있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서비스로 180g의 얼음컵을 매일 한 개씩 살 경우, 7일권은 개별 구매 대비 30%, 14일권은 5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최근 얼음컵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얼음컵은 파우치 음료, 탄산음료, 캔맥주 등 다양한 상품과의 연관 구매도 높다는 점에서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에 기존에 없던 이색적인 '구독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오프라인 업체들은 가격 할인과 각종 정보를 앞세운 구독 서비스로 단골 고객을 잡을 계획이다. 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특정 소비 행태를 보이는 고객을 겨냥한 '핀셋 VIP제도'도 선보이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붙잡고, 단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색 구독 서비스, 맞춤형 회원제 봇물
현대적 형태의 '구독 서비스'는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 화장품·면도기 등 소모품을 낮은 가격에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형태로 시작됐다. 이후 영화·음악 등 콘텐츠 산업에 이어 최근엔 식음료 매장과 백화점 등 일상적 소비 활동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이달부터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식품관 제철 과일을 정기 배송해주는 과일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 달 구독료 18만원을 내면, 총 20만원 상당의 모음 과일을 매주 한 차례 3~5종류의 과일로 구성된 상자로 포장해 집 앞까지 배송해 준다. 하미과 멜론, 델라웨어 포도 등 흔치 않은 과일과 함께 과일 보관법, 먹는 법 등을 담은 과일 설명서도 함께 배달된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시범 서비스 결과 재신청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서비스 대상과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노원점에서 지난 4월부터 와인, 빵, 커피를 대상으로 일정 구독료를 내면 매일 또는 매주 매장에서 상품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월 5만원에 매주 와인 한 병씩을 추천, 제공하는 와인 서비스의 경우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초급자들의 관심이 높고 서비스 연장 신청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과자·햄버거까지 정기 구독
구독 서비스는 과자, 햄버거까지 진출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17일 제과 업계에선 처음으로 과자 구독 서비스인 '월간 과자'를 선보였다. 매달 9900원을 내면 3개월 동안 매달 한 차례 롯데제과의 인기 과자와 신제품이 담긴 과자 박스를 받아볼 수 있다. 매달 구성 제품이 바뀌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착순 200명 한정 모집 인원이 공지 당일 모두 마감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향후 아이스크림에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버거킹도 SK플래닛과 손잡고 OK캐쉬백 모바일 앱을 통해 햄버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커피(아메리카노) 구독 서비스를 햄버거까지 확장한 것이다. 1주일에 햄버거 한 개씩 매달 정기 구독하는 경우, 4700원을 내면 매주 한 차례씩 킹치킨버거를 살 수 있는 쿠폰이 제공된다. 킹치킨버거가 개당 2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구독 서비스 시 약 60% 저렴한 가격에 햄버거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멤버십, VIP도 핀셋 관리
우수 고객에게 획일적인 혜택을 주던 '멤버십, VIP제도'는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겨냥한 '핀셋' 관리로 세분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육류 마니아를 위한 '미트클럽', 맥주 마니아를 위한 '맥덕클럽' 등 7개의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관심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이벤트 행사를 진행한 점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4월 기준 이런 7개 멤버십 회원만 총 30만명을 넘어섰다. 이마트도 밀키트(meal kit·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등이 요리법과 함께 들어 있는 간편식 상품) 브랜드 '피코크 클럽'을 지난 4월부터 도입해 할인 쿠폰을 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식품관, 생활 장르에서 각각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VIP고객제도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업계가 구독 서비스와 특화 멤버십 제도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록인(lock in·기존 이용 상품,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는 습성)' 효과 때문이다. 오프라인 업체의 경우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다른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실제 이런 제도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매월 클럽 멤버십 쿠폰 증정 기간마다 해당 분야 매출은 평균 5∼10% 상승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에도 식품관 VIP 고객의 경우, 일반 고객보다 1.6배 더 많이 매장을 방문했고, 비식품 장르에서도 2.4배 더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구독 멤버십 서비스는 갈수록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꾸준히 손님을 확보하고,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장치"라며 "고객 수요와 취향이 점점 세분화하면서 구독 서비스와 멤버십 제도들도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