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대학 구내에 붙인 20대 청년에게 법원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학 건물에 대자보를 붙인 것이 '건조물 무단 침입'이라는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애당초 수사와 기소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 대자보는 패러디 형식을 빌려 정부의 친중 노선을 비판하고 홍콩 자유화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대자보 내용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자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무단 침입은 핑계에 불과하고 사실은 대통령과 정권 비위를 맞춘 것이다. 그런데 '유죄'라고 한다.

이 대학은 사실상 외부인에게 24시간 개방돼 있다. 동네 주민은 물론 영업사원, 배달원 등 다양한 사람이 제약 없이 드나든다. 공개된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원칙적으로 무단 침입이 아니다. 대자보를 붙였다고 처벌한다면 앞으로 영업사원이 광고물을 붙여도 다 처벌할 건가. 더구나 청년은 대자보를 붙이기만 했을 뿐 대학에 아무 피해를 준 적이 없다. 대학 관계자도 법정에 나와 "처벌을 원치 않는다" "피해 본 게 없다"고 증언했다. 대학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 "이 사건이 과연 재판까지 와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과 검찰이 억지 혐의를 붙여 기소하자 판사까지 이에 동조했다. 앞으로 정권 비판을 하려면 감옥 갈 각오를 하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민주국가가 맞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특히 공직자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 이 정권에선 그 반대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여당이 비판 칼럼을 쓴 교수를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표현한 외신기자를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이를 인용한 야당 대표를 '국가원수 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도 했다. 조국 전 장관에게 분노해 광화문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내란죄로 고발당하고, 지하철역에서 대통령 비판 전단을 돌리던 50대 여성에겐 경찰이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공수처법에 대해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여당 의원은 징계를 받았다. 대북 전단을 날린 탈북단체를 온갖 억지 혐의를 씌워 처벌하겠다고 하고, 5·18이나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정부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법까지 발의됐다. 한 현직 부장판사가 이에 대해 "더 이상 법치가 아니다" "전체주의나 독재국가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