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흰발농게가 도망치니 조용히 해야 합니다.”

23일 오전 11시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 인근 갯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 이주 작전이 시작됐다. 참여한 군산시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흰발농게는 수컷의 한쪽 집게다리가 유달리 커 ‘주먹 대장’으로 불리지만 무척 예민하다. 특히 시각이 유별나 사람이 접근하는 낌새만 보여도 순식간에 갯벌 속으로 숨어버린다. 먼 곳에서 봤을 때 갯벌 위를 수놓았던 흰발농게는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서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군산시 관계자는 “예민한 성격 탓에 대체 서식지로 옮기는 작업도 오래 걸린다”고 했다.

군산시는 이날부터 1만7000여㎡ 갯벌에 사는 흰발농게 4만 마리를 옮기는 ‘대이주 작전’을 진행한다.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를 잇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8.77㎞)가 완공되고 선유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흰발농게가 차지했던 갯벌에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포획틀 설치하고 ‘돼지비계’ 먹이 투입

흰발농게 이주 작전에 먼저 필요한 것은 포획틀이다. 이날 작업자들은 800여m 구간에 포획틀 30개를 설치했다. 30㎝ 정도 펄을 파고 플라스틱 재질의 포획틀(지름 30㎝)을 묻었다. 그런 다음 흰발농게가 좋아하는 돼지비계를 넣었다.

한 작업자는 “시험 포획 당시 흰발농게 먹이로 바지락과 돼지비계를 같이 사용해 봤는데, 노린내를 풍기는 돼지비계에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포획틀 1개로 하루 최대 30마리 정도를 잡을 수 있다.

23일 오전 11시 전북 군산시 선유도 갯벌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 이주 작전에 나선 작업자가 포획틀을 설치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선유도 8경 중 하나인 망주봉이다.

시는 ‘포획틀 유도용 울타리’도 쳤다. 바닷물이 빠지면 구멍에서 기어나와 먹이 활동을 하는 흰발농게가 이 울타리를 따라 포획틀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하는 용도다. 울타리 길이만 1㎞에 달한다. 이 울타리는 이주한 흰발농게가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대체 서식지는 모래사장 ‘평사낙안’

포획한 흰발농게는 곧바로 플라스틱 용기(지름 10㎝·높이 12㎝)에 해수를 담아 1마리씩 보관해 대체 서식지로 옮겼다. 대체 서식지는 포획한 장소에서 250m쯤 떨어진 ‘평사낙안(平沙落雁)’이다. 평사낙안은 선유도에 있는 모래사장으로, 선유도 망주봉에서 바라보면 기러기 모습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평사낙안 일대 1만4540㎡가 흰발농게의 새 보금자리다. 작업자들은 지름 10㎝ PVC파이프를 이용해 인공 서식굴(깊이 30㎝)을 뚫고, 이곳에 흰발농게를 넣고 바닷물을 부어준 뒤 모래를 덮었다. 포획틀 설치부터 대체서식지로 옮기는 과정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하다 보니, 4만 마리의 흰발농게를 모두 옮기는 데 대략 2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흰발농게 이주 작전의 실제 모습. (1)흰발농게를 잡기 위한 포획틀 (2)흰발농게가 '포획틀 유도용 울타리'를 따라 포획틀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하는 모습 (3)포획한 흰발농게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용기. (4)흰발농게를 대체서식지로 옮기는 장면.

군산 선유도해수욕장 일대는 국내 최대 흰발농게 서식처다. 선유도 갯벌 16만㎡에 63만여 마리가 산다. 군산시는 당초 선유도 갯벌 대부분을 생태형 관광단지로 만들려고 했다가, 흰발농게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16일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갯벌 일부만 개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흰발농게들이 새로운 보금자리에 잘 안착해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란다”며 “현재 서식하는 흰발농게를 모두 옮겨도 남아 있는 어린 유생(幼生)들이 숨어 있다 자라날 수 있어 꾸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