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50대 남성 선원에게 접근해, 이 선원 앞으로 나온 ‘장애 보험금’을 들고 도망친 여성 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군산해양경찰서는 23일 사기 및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 등의 혐의로 A(여ㆍ5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 현재 도주 중인 공범 B(여ㆍ46)씨를 추적 하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 선원으로 일하는 50대 남성이 이른바 '꽃뱀'에게 보험금 1억원을 빼앗긴 사건이 발생했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5월 선원으로 일하던 K(59·뇌병변장애 4급)씨를 만났다. K씨는 A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단골손님이었다. 선원들을 상대로 술을 팔았던 A씨는 ‘K씨가 선원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란 얘기를 전해들었다. A씨는 곧바로 사기 계획을 세웠다. K씨가 정상인보다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가로채려 한 것이다.

A씨는 B씨에게 “K씨와 사귄 다음 혼인 신고를 해서 보험금을 나눠갔자”고 제안했다. B씨는 군산의 한 병원에서 K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K씨는 뇌병변 후유증으로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B씨도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이 병원에 입원했다.

B씨는 미혼 상태였던 K씨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친분을 쌓았고, 이들은 곧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B씨는 이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K씨의 신분증과 통장을 손에 쥔 B씨는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신고서는 B씨가 작성했고, A씨가 증인을 섰다.

앞서 K씨는 지난 2016년 11월 인천에서 꽃게잡이 어선 선원으로 일하다가 밧줄에 머리를 맞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이후 몇 번의 수술을 받고 깨어났지만, 신체 일부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뇌병변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 보험금으로 1억14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K씨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를 안 A씨와 B씨는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서류를 작성했다. B씨는 법무사에게 “K씨가 뇌병변장애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내가 법적 대리인으로 대신 받으려고 한다”며 관련 서류를 작성해 보험회사에 냈다.

K씨를 속여 타낸 보험금 1억1400만원 중 A씨는 5600만원, B씨는 5800만원을 나눠 가졌다. 그러고선 곧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K씨와 알고 지낸 지 7개월 만인 지난 2018년 12월에 벌어진 일이다.

K씨는 갑자기 B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자신이 싫어 떠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후 뇌병변장애로 배 타는 일이 힘들어지면서 생활고를 겪게 됐다. 지난해 말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보험금을 신청하러 간 자리에서 “이미 부인이 받아갔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과 한 때 연인이었던 B씨가 보험금을 빼돌린 것을 직감한 K씨는 해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K씨는 해경 조사에서 “홀로 입원해 있던 외로운 시기에 다가와 따뜻한 말도 건네주고 잘 챙겨줘서 마음을 뺏겼었다”며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 몰래 혼인신고도 하고 보험금도 수령했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지난 19일 A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B씨는 해경 수사망이 좁혀오자 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