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남 창녕 아동학대 계부(모자 착용)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출석하는 모습.

‘프라이팬’ ‘쇠사슬’ 등으로 자녀를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창녕 학대 부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모는 “애가 평소 말을 안듣고, 거짓말을 해 그랬다”며 경찰 조사에서 학대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아이를 학대한 이들 부부에게 가중처벌될 수 있는 특례법 상 혐의를 적용했다.

경남경찰청은 자녀 A(9)양을 가학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계부 B(35·구속)씨와 친모 C(27)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당초 형법 상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하려던 경찰은 아동 신체에서 확인되는 상처, 아동의 피해 진술, 학대에 사용된 여러가지 도구들이 아이 입장에서는 흉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 아동복지법상 학대와 함께 아동처벌특례법상 상습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일반 형법 상 특수상해 혐의보다 특례법 적용으로 2분의1 가중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의 피해 진술, 신체에서 발견되는 학대 정황, 의사소견, 학대에 사용된 물품 등을 바탕으로 부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계부의 경우 지난 4일 1차 조사 이후 13일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15일 구속 이후 두차례 추가 조사받았다. 계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지게 했다”는 부분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의붓딸을 쇠사슬로 묶거나 욕조에 머리를 밀어 넣었다는 학대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경남의 한 병원에 행정입원중인 친모에 대해서는 경찰이 직접 지난 19일쯤 주치의 소견을 받아 병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변호인과 돌발상황에 대비한 의사·간호사 등이 대기한 상태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30분 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 첫 경찰조사를 받은 친모는 비교적 차분한 상태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의 눈에 든 멍, 머리와 목에서 발견된 상처 등에 대해 “딸이 평소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간다고 해 야단을 친다는 것이 감정 조절을 못해 그렇게 됐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친모는 먼저 구속된 남편에 대해서도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녕에 사는 A양이 지난달 29일 목숨을 걸고 탈출한 4층 빌라. A양은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 탈출해 시민에게 구조됐다.

다만 아이가 주장한 학대 내용 중 도구를 사용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는 경찰 등에 ‘친모가 고온의 풀을 쏘는 글루건으로 발등을 지지고,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졌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친모는 또 아이를 쇠사슬로 묶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도 “아이를 묶은 적은 있지만 순간적으로 집을 나간다고 해 흥분해서 그렇고 학대를 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 아동이 오래 전부터 학대를 받아왔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온 이후 시점부터 최근까지 아동이 주장하는 심각한 학대가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친모가 넷째아이를 임신·출산하고 네명의 아이를 양육해야하는 상황에서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과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대 행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준 경남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는 없지만 가해 부모가 조사과정에서 학대 사실에 대해 일부는 시인했지만, 일부는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몸에서 확인되는 피해와 의사진료 기록, 압수 증거물을 토대로 계부와 친모 학대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고 둘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으로 검찰이 계부에 대해 필요시 추가조사하고, 친모에 대한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A양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부모에 의해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거나. 쇠사슬로 묶여 지내왔다는 등 학대를 받아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양은 이 같은 학대를 견디다 지난달 29일쯤 잠시 쇠사슬이 풀리자 4층 높이 테라스 옆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옆집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온 A양은 집에서 600~800m 떨어진 거리에서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당시 탈출한 A양을 목격한 한 주민은 본지에 "부모가 아이를 죽이려고 작정했나 싶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