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국회 상임위원장 독자 선출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잠적한 주호영 원내대표가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며 "이번 주에는 국회로 복귀해 상임위원 구성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내놓는 한이 있어도 나라를 지켜야 된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치악산 상원사에서 까치가 머리로 동종(銅鐘)을 들이받아 뱀에게 물릴 뻔한 스님을 깨웠듯이 내 머리가 터지더라도 국민에게 종을 울릴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자리를 내놓는 한이 있어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내 머리가 터지더라도 국민에게 종을 울릴 것"이라고 했다.

―과거 국회에서 제1 야당이 맡아왔던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민주화 운동 했다는 사람들이 다수의 갑질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박병석 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방법이 내가 국회를 떠나는 거였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면 야당 들러리 세우지 말고 한번 해보라'는 거다. 야당이 막을 힘이 없다. 국민에게 알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강제 상임위 배정에 맞서고 있는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 어느 의원이 어떤 상임위에 갈지 안 갈지를 의장이 강제로 정하는 게 말이 되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을 강행 처리하고 그렇게 후회했다더라. 박 의장도 후회할 거다."

―사퇴 후 아산 현충사부터 찾았는데.

"'상유십이척'(尙有十二隻·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 충무공 이순신의 사당이 있는 이곳에서 충무공의 정신을 생각했다. 열두 척으로도 133척 배를 물리친 상황이 지금 여야 상황과 비슷했다. 적은 숫자로도 거대 여당을 막을 방법이 뭔지를 고민해보고자 했다."

―답을 구했나.

"충무공 리더십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충성을 바쳐야 할 건 백성뿐이다. 적은 숫자로 많은 수를 이기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솔선수범하고 애민 사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이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이야기하면서 국회로 돌아오라고 하고 있다.

"국회가 할 일은 정부를 견제하는 일이다. 지금 민주당은 '엉뚱한 일' 하는 국회다. 민주당이 한 번이라도 청와대를 비판한 적이 있나. 앞잡이 짓만 했지."

―그래도 대통령, 민주당 지지율이 야당보다 더 높다.

"수락석출(水落石出).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잘못이 돌이면, 지지율이 물이다. 물에 가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 이상한 사람, 외계에서 온 사람 같다. 상생·협치, 좋은 얘기는 본인이 다 하고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악역은 민주당에 맡기기로 역할 분담한 거 같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복귀를 권했는데."김종인 위원장 말이 '상임위원장 협상은 놓자'고 하시더라. '상임위원장은 민주당에 18석 다 가져가라고 해라. 국민이 부여한 야당의 역할은 방기할 수 없으니 상임위원은 우리가 배정하고 들어가자. 국민만 보고 팩트, 정책 대안을 가지고 국민에게 호소하자' 그러시더라."

―김 위원장 생각에 동의하나.

"취부득사부득(取不得捨不得).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상임위원장은 버리기로 했다. 그래도 의원으로서 역할은 버릴 수 없다. 상임위는 우리 나름대로 짜서 정책 투쟁을 할 것이다."

―남북 위기 상황인데 야당이 국회에 없다는 비판이 있다.

"안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국방위 열면 군사 대비 태세 점검할 텐데 철저한 비공개다. 그래서 우리가 외교안보특위 구성해서 우리한테 비공개로 보고하라고 했다. 안보를 빌미로 얼렁뚱땅 원 구성하고 지나가지 말라는 입장이다."

―거대 여당에 맞선 야당 역할은.

"이번 주 국회로 돌아가서 상임위원 구성을 고민하겠다. 우리가 정책으로 싸우면 국민도 알아주실 거라 생각한다."

―의장, 민주당은 연락이 왔나.

"박병석 의장이 두 번,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두 번 전화했었는데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