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과거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됐다가 면소(免訴)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면소란 법령 폐지, 사면 등으로 법원이 사건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졌을 때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내는 절차를 말한다. 면소된 과거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1979년 6월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비서실장이었던 김 이사장은 'YH무역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 백서'를 제작·배포한 혐의(긴급조치 제9호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10·26 이후인 그해 12월 8일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됐고 법원은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김 이사장은 '면소'가 아닌 '무죄'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지난해 5월 김 이사장은 법원에 다시 재심 소송을 냈지만 1심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김 이사장은 항고(抗告)를 제기했고,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는 "긴급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무효다. 이 규정에 따라 기소된 김 이사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어야 하고, 그럼에도 면소를 선고한 이 사건 판결에는 재심 사유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