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이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 중인 채널A 이모 기자 사건을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지난 19일 결정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장관 비리 등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혐의(강요미수)로 이 기자를 수사해 왔다. 윤석열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은 지난주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이에 대검 형사부 과장들 및 연구관 전원은 주요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고, 자문단 회부 결정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부장 다수도 "영장 청구 반대"

이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 14일 "검찰 수사가 무리하고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대검에 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채널A 기자들 휴대폰을 압수한 것과 달리, 이철 전 대표 측 대리인으로 채널A 기자와 접촉했던 '제보자X' 지모씨나 양측의 만남을 몰래 촬영한 MBC에 대한 강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초 윤 총장은 언론사 2곳과 자신의 측근 A 검사장이 걸려 있던 문제인 만큼, 대검 차장과 5명의 대검 부장(검사장)들에게 '협의해서 지휘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한발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와중에 지난주 중앙지검으로부터 '채널A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주무 부서인 대검 형사부에 주요 수사기록 검토가 맡겨졌다. 이에 형사부 소속 과장들과 연구관 전원이 영장 청구 및 기소에 부정적인 잠정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 기자를 강요 미수로 처벌한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로, 헌법상 언론 자유의 문제와도 연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지난 19일 대검 차장이 주재한 대검 부장회의는 형사부 검토 의견이 제시된 가운데 진행됐다. 대검 부장회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하라'고 전달했지만, 수사팀은 '관련해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회의에선 대검 부장 5명 중 2명이 '반대'했지만 다수 의견으로 자문단 회부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고, 그 결과가 윤 총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으로선 직권으로 최종 결론까지 내릴 수 있었으나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고, 외부 법률 전문가들에게 법리 검토를 맡겨 보자는 차원에서 자문위 회부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법조인들 "강요미수 성립 의문"

여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검·언 유착이 불거진 측근 검사장을 감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을 덮기 위한 윤석열 총장의 꼼수"라고 반발하며 "특검 추진"까지 거론했다. 이 사건에는 윤 총장의 측근인 A 검사장도 채널A 기자들과 공모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 검찰 안팎에선 "목표는 조국 수사를 지휘했던 A 검사장과 윤 총장이고 채널A 기자는 '정거장'일 뿐"이란 말이 나왔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A 검사장이 채널A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시민 (의혹)에 관심없다고 말했다'는 20일 본지 보도에 대해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15일 MBC가 '채널A 기자와 A 검사장이 지난 2~3월 5차례 이상 통화했고, A 검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을 때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수사팀이 미리 결론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강요미수가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강요가 성립되려면 협박 내용을 실제 결과로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는지 전제돼야 하는데,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대리인 지씨를 내세워 MBC를 통해 이 기자를 몰래 촬영해 보도까지 한 이철씨가 두려움을 느꼈다는 건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철 전 대표가 MBC에 '정치 로비 리스트는 없다'고 밝힌 뒤에도 대리인 지씨가 채널A 기자에겐 해당 자료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 정황도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전문수사자문단은 대검 예규에 따라 중요 사안 관련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 기구다.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사나 법률 전문가 7~13명으로 구성된다. 출석 단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지닌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두고 처음 구성돼 현재까지 세 차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