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 세계 정상들 중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 중 아베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가장 친하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워 전화도 제일 자주 하고, 함께 골프 치는 것도 좋아했다. 실제 두 사람은 자주 골프회동을 하며 친밀감을 과시해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과 벌써 4번 골프를 쳤고, 이는 미일 동맹이 깊어진 증거”라고 말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아버지가 가미카제(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 특공대) 조종사였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일본 외상은 194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미카제가 되기 위해 해군 비행학교에 자원입대 했으나, 종전으로 작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인들, 그리고 아베 총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당신 아버지가 가미카제 작전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도 말했는데,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두고 “그 아버지가 성공을 거뒀다면 1954년에 태어난 아베 총리는 없었을 거라는 것을 눈치 못챈 모양”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2019년 유엔 총회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악수하고 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는 서로 싫어했던 반면 존슨 총리와는 가까웠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웠지만, 존슨 총리가 선출된 후 아베 총리와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그와 가까워 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가 선출됐을 때 “그가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는데 매우 보기 좋고,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으며 얼마 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존슨 총리에게 “쾌유를 빈다”고 응원하며 ‘브로맨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작년 12월 영국 런던에 있는 미 대사 관저인 윈필드 하우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70주년 정상회의를 앞두고 약 4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서로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선 “손대는 것마다 망친다(turns to shit)”고 생각했다고 19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볼턴 회고록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와 마크롱은 그간 ‘디지털세’ 등 무역 문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신경전을 벌여왔다.

오는 23일 출간되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