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과 정권 비리를 수사한 뉴욕 남부지구 연방검찰청(SDNY)의 수장 제프리 버먼(60) 검사장을 교체하겠다고 한 데 대해, 버먼 검사장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맞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각) 버먼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나는 사임한 적이 없고 사임할 의사도 없다”며 “대통령의 지명자가 상원에서 확정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보도자료를 통해 검사장 교체 소식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진행하던) 수사는 지체나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바 장관은 “버먼 검사장이 사임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회장을 후임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클레이튼 회장은 지난 3년간 SEC에서 자본시장 규제 현대화, 투자자 보호, 미국 경쟁력 강화, 사이버 보안 문제부터 코로나에 이르는 과제 해결 노력을 총괄하며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인사 계획에 대해 트럼프 자신이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법무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주 남부의 8개 카운티(county)를 관할하는 SDNY는 미 전역 93곳의 연방검찰청 중에서도 영향력과 명성에서 단연 1위다. 월가의 금융·사이버 범죄와 국제테러 수사, 정치인 비리 등 미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사건들이 대부분 SDNY 관할에서 벌어진다.
트럼프에게 이곳은 성추문 은폐 사건과 부동산 비즈니스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트럼프는 2017년 당시 검사장이던 프릿 바라라를 ‘오바마 검사’라고 몰아붙이고, 대신 ‘믿을 만한’ 인물인 버먼을 이곳 검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버먼은 취임 이후 ‘살아있는 권력’인 트럼프를 향해 비수를 들이댔다.
SDNY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에 대해 트럼프와 섹스 스캔들을 벌인 여성 2명이 대선 기간 중에 폭로하지 못하게 돈을 지불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게 했다.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의 모금과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 수사하기도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을 수사했다.
이렇듯 SDNY가 워싱턴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해, 미 언론은 이 검찰청의 이니셜 SDNY 중 ‘남부(Southern)’를 뜻하는 S를 ‘자주적(Sovereign)’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2013년 잡지 뉴요커는 이곳 검사들에 대해 “나라에 봉사하는 걸 최고 소명으로 여기고, 악한을 추적해 매일 사회에 좋은 일을 한다는 ‘킬러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미 현지 인사들도 이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미 민주당 소속 찰스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해임은 법적 절차의 잠재적 부패의 냄새가 난다”고 썼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버먼의) 이전 행동이나 현재 진행 중인 행동?”이라며 트럼프를 둘러싼 의혹들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된 전임자 바라라 전 검사장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대선을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버먼이 왜 해임된다는 말인가”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