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적인 힘과 용기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슈퍼맨. 현실에서 영화 속 슈퍼맨을 꿈꾸는 건 허황된 생각이다. 하지만 가끔 우리 곁에는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목숨을 구해내는 슈퍼맨 같은 이들이 있다.
지난달 19일 오후 5시쯤 경북 김천 감천터널에서 한 차량이 차선을 넘어 터널 벽 쪽에 쓸리며 주행을 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한 남성이 차량 앞으로 달려와 주행 중인 차량을 맨몸으로 막아섰다.
차를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10여m 뒷걸음 친 끝에 이 남성은 차량을 겨우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차를 세운 후 남성이 운전석을 확인해보니 운전자는 갑작스런 경련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마침 길을 지나던 시민 3명도 힘은 보탠 덕분에 그 남성은 차 문을 열고 운전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이 남성은 시민들과 함께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교통정리를 하며 2차 사고를 막았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을 수습한 남성은 경북 김천소방서 119구급센터 소속 이윤진(35) 소방교였다. 이 소방교는 “사고 당시 차가 서행하며 벽에 부딪히는 걸 보고 운전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직감이 들었다”며 “마치 슈퍼맨처럼 달리는 차 앞에 맨몸으로 막아 낸 것처럼 크게 비춰져 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로로 이 소방교는 19일 오후 LG복지재단으로부터 ‘LG 의인상’과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LG복지재단 측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자 맨몸으로 차를 막아 세운 제복 의인의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하자는 뜻에서 수여했다”고 밝혔다.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제정됐다.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124명이다.
하지만 이 소방교는 이날 김천소방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소방교는 다음주 중 코로나 극복을 위해 써 달라는 뜻에서 경상북도에 전하기로 했다.
2015년 1월 19일 임용된 이씨는 김천소방서 대광119 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구급과 응급 대응 전문가답게 2016년 11월 구급대응 유공으로 김천소방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북도지사로부터 재난대응·구급대응 유공으로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김천경찰서 앞 도로에 70대 남성이 심장이 멈춰진 상태로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씨는 신속한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로 그를 살려냈다. 이 공로로 현장 출동시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고 경과 상태도 양호하면 수여되는 ‘하트세이버’ 상을 수상했다. 현장 판단력과 특히 신속성이 요구돼 응급 소방관으로선 가장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상이다
김천소방서 예방안전과 김현수 소방사는 “평소 과묵한 성격이지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대응으로 위급한 상황을 넘긴 사례가 많다”며 “지난해 동료가 부친상을 당하자 3주에 한번 있는 주말도 반납하고 곁을 지켜주는 등 마음씨도 따듯한 동료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LG의인상 수상한 김천소방서 이윤진 소방관 인터뷰
-먼저 LG의인상 수상을 축하한다. 지금 하는 일은
"소방 간호사로서 119구조구급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소방관이라고 하면 불을 끄는 화재진압대원을 제일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 외에도 저와 같은 응급환자 발생시 응급처치와 병원이송을 맡고 있는 구급대원도 있고 각종 사고와 교통사고, 화재발생시 인명구조를 하는 구조대원도 있다."
-의인상을 받은 후 상금을 전액 기부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그 상황에서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저를 도와 주신 일반 시민들도 있었지만 저 혼자만 너무 부각된 것 같아 오히려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당연한 일을 한 저로선 상금은 너무 과분하고 큰 짐이다. 코로나로 나라가 온통 혼란스럽다. 상금이 코로나 극복 등 공적인 일에 쓰여지면 저의 마음도 한결 가벼울 것 같다.
-소방서에 들어온 계기는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특히 소방관이 된다면 무엇보다 보람되고 자부심을 가지며 일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작년 10월 심정지 환자를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를 통해 소생시켜 생명을 구하게 되었고, 구급대원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하트세이버를 수상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번 사건으로 가족들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영상을 본 아내가 자주 눈물을 훔치며 너무 많이 걱정하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뉴스에 나오는 저의 모습을 보고 '우리 아빠는 슈퍼맨~'이라며 수건망또를 걸친 아들의 신난 모습을 보고 아내와 함께같이 크게 웃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