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고집한 것은 법안 처리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한편 문재인 정권 말기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속공'과 '방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5일 당 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20대 국회 때 법사위를 가지고 국회를 식물 국회로 만들었다"며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도, 견제할 염치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입법 심사 명목으로 시간을 끄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제1 야당 의원이 맡아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자기들이 맡아 정부·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속전속결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 말기에 야당의 정권을 겨냥한 공격을 막기 위해 검찰과 법원을 담당하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주지 않으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2022년 3월이 대통령 선거인데, 21대에선 법사위가 주 전장판(이 될 것)"이라며 "2012년에 제가 법사위 들어왔을 때 그해가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인데, 법사위가 (사실상) '대선위원회'였다"고 했다. 2012년 법사위에선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현직에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관한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합당에선 법사위원장 후보로 이 사건 당시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 의원이 거론됐었다. 만약 김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경우 공세의 칼끝이 문 대통령을 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당에 퍼져 있다는 주장이다. 조국·윤미향 사태,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등 정권 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여당이 고려했을 것이라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을 겨냥해 "무엇을 그리 잘못한 것이 많아서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가"라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6개 상임위의 야당 위원을 강제 배정하면서 김기현 의원은 법사위가 아닌 산자위에 배정했다. 울산시장 사건 관련 피고인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법사위를 지망했지만 산자위에 배정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 인턴 증명서를 위조해준 혐의로 기소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법사위를 희망했지만 국토위에 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