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개편 논의가 당·정·청 합의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조직 개편에는 항상 어느 정도 갈등이 뒤따른다. 이번에도 애초에 질본 산하 연구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기로 한 것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여권 내 유력 인사도 이를 '해괴망측한 시도'라고 언급하면서 당·정·청이 이를 반영하게 된 것이다.

한번 쓰면 온종일 얼굴에 자국이 남는 N95 마스크와 방호복, 검체 채취의 경험, 확진자 내원으로 병원이 폐쇄되고 자가 격리 당하는 동료 의사들, 5개월여 동안 절반으로 감소된 외래환자 수…. 40년 가까이 의료계에 몸담은 필자에게도 코로나 사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번 개편안은 이런 충격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조치다. 언제 또다시 우리를 강타할지 모를 제2의 감염병 대유행에 맞서기 위해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방역의 컨트롤타워로 삼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간과되었다. 개인적인 유감(遺憾)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사항이기에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번 개편안의 목적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위험에서 지켜줄 안전하고 탄탄한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은 일종의 '머리'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작업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방역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선 머리만 바뀌어선 안 된다. 실제 방역 업무를 수행할 '손발'의 기능 또한 달라져야 한다. 최근 논의에서 이 손발에 해당하는 하부 조직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염려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보았듯이 일선 현장에서 방역의 첨병 역할을 해낸 것은 전국 시·군·구의 보건소와 그곳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였다. 현재 전국에는 지자체장 휘하에 250여 곳에 이르는 보건소가 있다. 이곳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지역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해 수많은 검체 채취와 검사가 이뤄지면서 우리는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2차 대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선 질본의 청 승격이나 보건부 독립과 같은 중앙조직의 개편 못지않게 일선 보건소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소 본연의 상시 방역 기능이 회복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보건소가 지자체장 입김하에 있으면 선출직인 지자체장 입장에선 보건소를 방역의 첨병 역할보다는 포퓰리즘식 사업에 치중하도록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지금처럼 머리(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손발에 해당하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의 보건소를 복지부나 질병관리청 직할로 둬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도 귀담아들어야 하며 결국 머리와 손발이 일치하는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에서 일선 보건소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민간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체계까지 갖춰 방역의 '삼각편대'를 마련해야 한다. 민관이 손발을 맞춰 감염병 사태에 대응해 나갈 때 K방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방역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