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나이스그룹 최모 부회장 아들의 '공군 황제 군생활' 논란을 계기로 정치인·기업인 등 사회 유력 인사 자제들이 군 복무 중인 일선 부대장들이 '알아서 기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군에서 관습적으로 해왔던 '가정 환경 조사'가 아직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시민단체 주장이 제기됐다. 최모 병사는 현재 '피부 질환'을 이유로 휴가를 내고 병원에 입원, 공군 측의 방문·전화 조사를 받고 있다.

◇군인권센터 "일선 부대장들, 아직도 병사들 '가정 조사'"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은 15일 MBC 라디오에 출연, '지금도 아버지 '빽'이 작용하느냐. 군에서 아직도 아버지 직업이나 가정 조사를 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가정조사를 한다는 제보가 종종 들어온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국방부에서는 일선부대에 이런 가정조사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지속적으로 내려보내고 있다"며 "그런데 저희 센터에 보통 신병들로부터 '가정 조사를 한다'는 제보가 들어온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행정보급관 등이 갑자기 아버지 직업을 물어본다든가, (각종 서류에) 그걸 적어내는 란이 있다던가 그런 얘기를 한다"며 "위에서는 하지 말라지만, 일부 지휘관들은 '미리 내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다"고 했다. 이어 "누가 알아보라고 하지 않아도 내 휘하의 부하들 중에 높은 사람 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정보로 생각한다"고 했다.

◇우병우 아들 "코너링이 좋아서…"

김 사무국장은 '아버지 빽'이 의심 사례로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아들을 제시했다. 그는 "(우 전 수석 아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근무했던 사람인데, 당시 그를 뽑았던 실무자 얘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윗선에서 전화를 받고 뽑았다'고 했고, 두 번째는 갑자기 '코너링이 좋아서 뽑았다'고 했다가 세 번째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뽑았다'고 진술이 바뀐다"고 했다.

이어 "우병우씨 아들을 데려다가 특혜를 줬던 서울청 차장은 이후에 대전청장, 제주청장까지 하다가 작년에 정년퇴직했다"며 "아무런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당시 검찰이나 특검에서도 이 부분을 수사했던 것으로 아는데 진술이 계속 바뀌고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육군훈련소에서 얼차려를 받는 신병들.


우 전 수석 아들은 2015년 2월 입대했고 4월에 자대 배치를 받은 다음 날부터 19일 간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다리 힘줄에 생긴 염증 치료 때문이었다. 이어 6월 초 운전병 선발 대상자가 돼 운전 테스트를 받았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보름 이상 입원했다면 가벼운 부상은 아니었다는 의미인데, 회복 기간에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운전병에 지원하고 선발되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로 보기 힘들다"며 "서울청이 선발 과정에서 부상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우 전 수석 아들이 이를 숨기고 지원했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황교안 아들, 군 복무 중 병과 3번 변경"

김 사무국장은 또 2009년 황교안 전 대표가 대구고검장으로 재직 중이었을 때 대구의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복무했던 황 전 대표 아들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황 전 대표 아들이) 아버지가 대구고검장 지내던 시절에 보병으로 입대하고, 대구 2작사로 자대배치가 나는데 그때 또 병과가 바뀐다"며 "보병에서 그냥 8개월 있다가 또 행정병으로 병과가 바뀌는데, 이 경우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고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라서 저희한테 제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 황 전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2월 경선 토론회에서 오세훈 후보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고 "아무런 비리나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아들이 37사단에서 훈련을 받고 대구 자대에 배치됐다"며 "중간에 보직 변경이 됐다고 하지만 좋은 보직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기흉을 앓고 치료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도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며 "인쇄소에서 종이가 날리면 치명적인데 아무 말 하지 않고 근무를 했다"고 했다.

◇추미애 아들은 휴가 미복귀 등으로 검찰 수사 중

김 사무국장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도 어머니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재직할 때 군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추 장관 아들은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며 휴가에서 미복귀했음에도, 어머니인 추 장관이 부대에 외압을 행사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해 복구 작업을 하는 육군 장병들.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지난 1월 김 의원은 군 관계자들의 제보를 인용해 "추 장관 아들이 휴가 중 중대지원반장에게 휴가 이틀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직 사병의 거듭된 복귀 지시에도 부대 복귀를 하지 않았다"며 "추 장관이 부대 쪽에 전화를 걸었고 상급부대의 모 대위를 거쳐 휴가 연장 지시가 내려왔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아들이 무릎이 아파서 입원하느라 군부대와 상의해 개인 휴가를 또 얻은 것"이라며 "외압을 행사할 이유도 없고 하지도 않았다"고 했었다.

군 관계자들은 "우병우 전 수석 아들은 다리 염증, 황교안 전 대표 아들은 기흉, 추미애 장관 아들은 무릎 질환, 나이스 그룹 최모 부회장 아들은 피부 질환이 있다"며 "사회 유력 인사들 자제들의 '군생활' 특징은 이와 같이 각종 질환을 호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