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주축이 된 의원 173명이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민주당 의원 176명 가운데 168명과,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친여(親與) 소수당 일부 의원이 참여했다. 사실상 범여권 전체의 입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의원들의 한반도 정세(情勢) 인식이 안이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이낙연·우원식·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최고위원인 박주민·박광온·설훈·남인순·이형석·이수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의원과 원내 지도부를 이끄는 김태년·조정식·김영진·윤관석 의원, 최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직무를 중단한 이탄희 의원, 김진표·조응천 의원 정도다. 김진표 의원 측은 "발의에 동참해달라는 공문을 받지 못했을 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만이 "종전선언은 종국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지만, 북한이 강경한 언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절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남북과 미국, 중국이 조속히 종전선언을 하고, 이와 동시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하고, 남북이 남북정상선언의 내용을 이행하며, 코로나로 고통받는 남북한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한이 협력하며, 종전선언 노력에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들었다. 김경협 의원 측은 "결의안은 이달 초부터 준비했다"며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에도 장기적으로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방송 토론에서 "남북 관계는 우리가 좀 더 어른스럽게 가야 한다"며 이른바 '인내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한국 국회가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남북 분위기에도 맞지 않고 실질적인 남북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최근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끌고 가려는 계획된 '도발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남측의 일방적인 평화 공세는 실효성도 없고 한국 정부의 대북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6·15 선언 20주년 기념식은 최대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의 남북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면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은 이달 들어 김여정을 비롯해 대남·대미 라인 수뇌들이 일제히 적대적인 대남 공세에 나섰다. 우리 정부와 여당이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입법 조치에 나서고 관련 단체에 대한 법적 제재에 들어갔음에도 오히려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한국 국회가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이 북한의 불신을 키웠다며 당론으로 비준 동의안 처리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북한 정권이 올 연말 미국 대선과 내년 본격화할 한국 차기 대선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남북, 미·북 관계를 리셋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이 무작정 '평화 프로세스'로 북한에 구애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냉철한 대북 상황 인식 아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